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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원
나상현씨밴드
2026

by 박시훈

2026.02.15

모든 것이 바래는 와중에도 끝내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 규모와 특색 모두 빠르게 팽창하는 지금의 밴드 신에서 나상현씨밴드는 부동의 자세로 다양한 삶의 순간을 격려하는 그룹이다. 공감과 사랑의 낱말로 쓰인 음악은 각자의 밤 속에 스며들어 찬란하게 빛났고 그렇게 10년이 넘는 세월을 축적했다. 예기치 못한 풍파를 겪은 이후의 복귀작 < 낙원 >도 이와 다르지 않다. 노랫말에는 약간의 초연함이 내려앉았지만 여전한 희망의 찬가는 불안정한 젊음을 평안의 공간으로 인도한다. 

6곡의 단출한 구성에도 낙원으로 향하는 길목은 온기로 가득하다. 간질거리는 어쿠스틱 기타가 뿜는 ‘숨’이 고요함 속에 희망의 불씨를 지피면 관악기를 동원한 ‘Run’은 경쾌한 발걸음을 이끈다. 이들에게 기대하는 밝은 기운과 더불어 한층 풍성해진 연주가 감정적인 흐름을 매끄럽게 연결하니 익숙하더라도 기꺼이 동참하게 되는 여정이다. 도착지인 ‘낙원’의 포용력 역시 친밀한 교감에 뿌리를 둔다. ‘우리의 노래를 부르자’라며 떼창 포인트를 명확하게 짚은 후렴구가 흐트러짐 없는 나상현씨밴드의 따스한 음악관을 요약한다. 

쉬어가는 구간을 마련한 만큼 일련의 행보가 뜨거운 열기만으로 관철되는 것은 아니다. 세상이 이상적인 장면만을 펼쳐내지 않듯, 상처를 마주하는 앨범의 서사는 아픔을 딛고 일어서야 하는 현실과 맞닿는다. 평화로운 ‘긴 잠’에서 깨어나 주변의 냉담을 응시하다가도 ‘무표정한 마음’으로 사랑을 향한 믿음을 드러내며 밴드는 같은 소망을 가진 동반자들의 곁에 자리한다. 이들의 음악적 근간은 앞장서 주도하는 힘보다는 서로를 지탱하는 버팀목에 가깝다.

낭만적인 윤기 위로 나상현씨밴드의 과거와 현재가 교차한다. 응축해 온 멜로디가 굳건한 대중성을 발휘하는 한편 편곡과 가사에 덧댄 주제의 확장은 성숙의 단계에 이르렀다. 구성은 평범하더라도 연대의 가치를 환기하는 음악은 보편적이기에 도리어 각별하다. 위로의 언어가 감도는 이곳에서 겨울의 한기를 밀어내는 봄의 기류를 느껴본다. 삶의 고단함에 지칠 때면 마음의 안식처가 되어 줄 < 낙원 >이다.

-수록곡-
1. 숨
2. Run [추천]
3. 무표정한 마음 [추천]
4. 긴 잠
5. 낙원 [추천]
6. 엔딩
박시훈(sihun6688@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