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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yper-Ego
아르테미스(ARTMS)
2026

by 한성현

2026.08.14

형식은 달라도 걷는 길은 변치 않는다. 몽환적이면서도 오싹한 정규작 < Dall >로 새 시작을 알린 5인조 아르테미스는 2025년 < Club Icarus >에서 팀의 전신인 이달의 소녀 시절 개척했던 틈새시장을 재점령했다. 그룹이 장악한 클럽은 저마다의 소수자성을 지닌 이들이 연합하는 공간이다. K팝이 '주류 음악'의 유의어가 되어 가는 본토 대신 해외에서 비주류 혹은 반주류 정신의 심볼로 기능하며 팬덤을 결집할 수 있던 근거이기도 하다.

코로나19와 찰리 XCX의 < Brat > 이후 '하이퍼팝'으로 묶이는 변종 전자음악이 인터넷 괴짜들 너머로도 파이를 키워가고 있다. 국내 동종업계에서 에스파의 주요 수입 부품이 차가운 타격감이었다면 최근에는 '디지코어'라는 유사 간판을 내건 에피 등의 아티스트를 경유해 랩이 주연 자리에 올라선 상황이다. 리드 싱글 'Born stunner'는 그렇게 탄생한 결과물이다. 신경질적으로 쪼개지는 비트와 후렴까지 넘겨주며 비중을 높인 래핑으로 전에는 보지 못한 공격성을 부여했다.

멤버들의 전달력이 나쁘지는 않지만 비교군과의 대조 시 별다른 이점을 찾기는 힘들다. 제작에도 참여하는 영파씨 같은 팀이 생겨난 마당에 걸그룹의 랩은 이제 그리 신선한 것이 아니며, 엔시티 태용의 'I'm a dancing cactus'처럼 유사한 성향의 트랙과 맞붙는 경우 저음을 지탱할 보컬의 부재가 치명적이다. 'Icarus gang'도 마찬가지로, 현란함을 덜어낸 비트와 신화적 존재를 자기 과시의 수단으로 해석한 가사가 서로 겉돌고 있다.

답답함은 커리어 초반 이들에게 날개를 달아줬던 해외 K팝 소비자의 '오타쿠' 심리에 가까이 다가갈 때 역으로 해소된다. 두 번째 타이틀곡 'Blue blood'와 엔딩 트랙 'Pixel memory'에 새겨진 J팝과 보컬로이드 음악의 문법은 다분히 최근의 기류를 의식한 것이기도 하지만, 이달의 소녀가 2010년대 중후반부터 일찌감치 온라인 시대 오리엔탈리즘의 수혜를 입었던 그룹임을 고려하면 이러한 방향성은 오히려 발원지를 찾아가는 시도라고도 할 수 있다. 온갖 스테레오타입의 교차점을 이들은 독자적 영토로 선포한다.

주류가 탐내지 않는 콘셉트와 음악으로 이목을 끌었기에 메이저와 마이너의 장벽이 흐려지는 지금 이들의 입지는 흔들릴 수밖에 없는 운명이다. 비록 내부에서의 대안적 지위는 옅어졌지만, 프로덕션 팀과 아이돌의 이원화 관계를 부인하지 않은 채 마니아층을 공략하는 < Hyper-Ego >는 더 큰 시장에 균열을 낼 수 있었던 K팝의 본질적 '얼터너티브' 속성이 이들에게 아직 남아 있음을 확인하게 해준다. 복제품, 허상, 왜곡된 시선의 산물? 아르테미스에게는 중요치 않다. 어차피 자아는 타인의 관점이 있어 비로소 완성된다.

-수록곡-
1. From wings to soul
2. Born stunner
3. Blue blood [추천]
4. Icarus gang
5. Hyper crush
6. Pixel memory [추천]
한성현(hansh9906@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