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렬하게 랩을 쏘아붙이던 82메이저가 느긋한 탈선을 이어 간다. ‘혀끝(Stuck)’에는 날 선 ‘촉(Choke)’을 세우고, 의심의 눈초리를 마주할 때면 ‘뭘 봐(Takeover)’라며 도발적으로 답했던 이들의 태도가 조금은 유순해진 것이다. 정체성 고수와 시대의 흐름을 모두 고려해야 하는 업계 특성상, 필연적인 변모이기도 하다. ‘트로피 (Trophy)’의 매끄러운 하우스는 전투적인 자세를 취하지 않고도 정상에 오를 수 있다는 자신감을 더했고, 탄력적인 알앤비 ‘Sign’도 바뀐 궤도를 즐길 명분이 되어 주었다. 신곡 역시 이 자연스러운 발화에 적절한 화력을 보탠다.
겉은 단순해 보여도 내부의 기운만은 가볍지 않다. 긴장을 조성하는 버스(verse) 이후 급격히 분위기를 이완하는 후렴으로 짜인 만큼, 프로듀서 아이오아(IOAH)가 던진 질문은 여전히 간결하면서 까다롭지만 여러 차례 부딪혀 온 이들은 구간마다 요구되는 바를 정확히 짚어낸다. 속도감을 주어야 하는 순간에는 힘 있게 라임을 찍는 래핑이, 알앤비의 관능미를 부각할 땐 부드럽게 처리하는 보컬이 돋보인다. 이 균형감을 위해 기존의 타격감은 옅어졌으나 곱씹을수록 번지는 온기가 만족스러운 음악. 저연차에게 허락된 탐색의 시간을 알차게 불태우는 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