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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 처리의 Crossover Vol.1
신철
2001

by 임진모

2001.11.01

철이와 미애의 DJ 신철이 음악사업가에서 뮤지션으로 돌아와 모처럼 내놓은 작품 <DJ 처리의 Crossover Vol.1>은 방송불가에 청소년 부적절 음반이다. 비속 저속한 표현에 욕설이 난무한다. 스스로도 “방송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나의 그간 경험을 솔직하게 표현해본 앨범”이라고 소개한다.

두 장 CD로 하나는 가요와 팝을 랩으로 엮어 크로스오버를 꾀했으며 다른 한 장은 클래식을 디스코 DJ 감각으로 재해석했다. 가요와 팝에 동원된 가수들의 명단은 화려하다. 이은미가 팝 'Moon river', DJ DOC의 김창렬이 조지 마이클의 'Careless whisper'를 노래한 것을 비롯하여 신화의 혜성, 김경호, J와 소찬휘, 박혜경, 김조한, 플라이 투 더 스카이 그리고 엄정화가 참여하고 있다.

엄정화가 부르고 신철 자신이 랩을 한 'Luxury goods'는 여성들의 사치품 치장 경향을 유쾌하게 꼬집고 있다. 그러나 그는 어떠한 얘기도 심각하거나 진지하게 몰아가지 않는다. 그가 지향하는 것은 강남 유흥 사치문화가 제공하는 질퍽한 '재미'다. 1980년대부터 클럽 디스코 디제이로 활동해온 그로서는 당연한 정서의 패턴일 수밖에 없다. 이것을 여과 없이 전달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방송불가를 각오한 것으로 보인다.

앨범의 백미는 이선희가 노래한 '아 옛날이여'일 것이다. 이선희가 4막5장 시절 'J에게' 이후 솔로로 낸 첫 앨범에서 히트한 이 곡은 원곡의 샘플링이 아니라 이선희가 직접 멜로디 라인을 살짝 바꿔 불렀다(앨범의 어떤 곡도 가수가 직접 노래한다). 노래 캐리어를 대변하듯 샤우트만을 강조한 오리지널에 비해 훨씬 부드럽고 능숙하게 주요 선율을 해석해, 랩과 조화를 이뤄내고 있다.

신철의 랩은 래핑에서 가장 중요하면서 래퍼에게는 부담스러운 라임에서 완전히 해방되어있다. 라임에 구속됨이 없이 자유롭게 랩을 구사하되 기술적 도움으로 거기에 규칙성을 부여한 것이다. 신철 스스로도 그런 '신기술'에 의해 노렸던 랩을 마음껏 할 수 있었다고 말하고 있다. 랩은 근래 영화의 마케팅 코드로 괴력을 발휘하고있는 어떤 '조폭'의 일대기를 내용으로 하고있는데, 거기에 한자의 4자 성어를 덧붙이는 아이디어로 재미의 증폭을 꾀했다. 메시지를 떠나 이선희와 신철의 음악연륜과 전과(戰果)가 가져온 곡이다.

미국처럼 게토의 한풀이가 아니라, 우리에겐 애초부터 놀이로 구동해 어느덧 젊음의 어법과 스타일로 변색 정착된 국내 랩의 질곡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앨범으로 규정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것은 동떨어져 있는 가요와 팝의 선율과 랩의 비트를 진득하게 결합한, 나름의 음악적 성과로 평하고싶다. 근엄한 사람들에게는 낯뜨거울 수 있으나 어디까지나 낮 아닌 밤의 열기를 아는 사람들을 위한 직설화법이다.

때론 앞 무대의 단아함 아닌 뒤 무대의 너저분함을 알고싶을 때가 있다. 코나의 노래 제목이던가. 나의 밤은 당신의 낮보다 아름답다? 그러나 신철은 그런 조그만 의미도 부여하지 않을 것이다. 오랜만에 노래를 들으며 폭소를 터뜨릴 수 있는 앨범. 단 Adult Only!
임진모(jjinmoo@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