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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ce In A Red Moon
시크릿 가든(Secret Garden)
2002

by 이용지

2002.02.01

<브레이브 하트>나 <롭로이>처럼 스코틀랜드나 아일랜드를 배경으로 한 영화들에서 안개 속에 끝없이 펼쳐진 대자연은 웅장하고 경이롭다. 영화에서도 그랬듯 그 넓은 대자연의 가운데에는 언제나 한 명의 사람이 외로이 서있다. 그 한 사람의 주위를 돌아가며 카메라가 전면의 자연을 비출 때 거대하지만 황량한 자연 앞에서 그 사람이 가야 할 길을 생각하면 슬프기 그지없다.

시크릿 가든의 2002년 작 <Once In A Red Moon>을 들으며 아일랜드 켈트의 대자연 속에 서 있는 한 사람을 떠올린다. 전작들에 비해 휘슬, 파이프, 하프 등의 비중을 높이며 켈트 스타일에 더욱 치중한 이번 앨범은 대자연에 서 있으면서 느껴야 하는 채워지지 않는 고립과 슬픔, 그리고 그 슬픔 속에서 희망을 찾아 나가는 방법을 보여준다. 청각을 단순히 홀리는 연주음악 아닌 사운드와 메시지 지향에 확실한 컨셉트를 부여한 탓에 평점도 오히려 과거의 앨범들을 능가하고 있다.

연주 그룹의 앨범임에도 불구하고 보컬이 담긴 곡이 3곡이나 된다. 보컬을 통해 자신들의 메시지를 보다 분명히 하고자 함이다. 보컬에서 느껴지는 것은 종교적 경건함이다. 'You raise me up'에서 'You'는 분명 의지할 수 있는 종교적 대상을 지칭하고 있으며 여러 곡에서 외로운 바이올린의 서사구조에 힘을 실어주는 오케스트레이션과 백킹 코러스는 분명 슬픔에 잠긴 이에게 전달되는 구원의 목소리이다. 마침내 비밀 정원(Secret Garden)의 주인공이 모습을 드러내는 것일까?

이번 앨범은 종교적 경건함을 통해 거대한 환경 속에서 슬프고 작은 삶을 살아가는 인간의 공허함을 채워 나가고 있다. 역시 보컬 곡인 'Gates of dawn'의 곡 설명은 이를 잘 보여준다. 'Brendan Graham's image and Karen Matheson' vocal transport us to the gates of dawn, where we are imbued with a sense of wonder and spiritually uplifted out of the ordinary of life(브렌단 그래함의 이미지와 카렌 마테손의 보컬은 우리를 '새벽의 문'으로 이끌고 그 곳은 우리에게 경외의 마음을 심어주고 일상의 삶에서 우리의 영혼을 이끌어 올려주지)'

전 곡이 일관된 흐름 속에 놓여 있지만 몇 곡은 도드라진다. 기타와 바이올린의 맑은 선율이 희망의 느낌을 선사하는 'Invitation', 첼로의 처절한 사운드가 가세하여 신비감을 더하는 'Duo', 피아노와 바이올린이 조화를 이루며 시크릿 가든 다운 면모를 보여주는 타이틀곡 'The promise'은 전체 패턴에서 살짝 비껴난다. 정리하고 나니 제목이 다시 눈에 들어온다. Once In A Red Moon! 척박하고 외로운 붉은 달에서의 경험이다. 시크릿 가든은 그 외로움 속에서 희망을 찾을 수 있는 '비밀의 녹색 정원'으로 삶에 지친 우리들을 유혹하듯 데려온다. 간구, 기도, 정화 그리고 치유의 인간음악!
이용지(leeyj@iz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