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크릿 가든(Secret Garden)의 두 정원사에게 태만이란 없다. 십 년을 한결같이 꽃에 물을 주고 풀을 다듬으며 전란의 소음에서 귀환할 주인이 이 작은 뜰에서 평온히 안식을 취하길 소원한다. 때로는 자연친화적인 메시지와 인류의 평화를 찬미하기도 하며, 성문 밖에서 끊임없이 투쟁하고 있는 지친 영혼을 어루만지고 기도하기를 자처한다.
그들의 다섯 번째 기도문 < Earthsongs >는 각 행마다 자연의 섭리와 그 소중함을 전한다. “우리가 마음을 다하고 뜻을 다하면 대지의 고요한 울림을 들을 수 있다. 이 영원한 노래는 새 삶의 결실이고, 우리의 영혼을 끌어올린다.”라는 숙연한 서문으로 식이 거행된다.
비 내리던 어느 가을날을 회상하는 'Sometimes when it rains'는 구슬피 우는 바이올린 솔로를 강조한 시크릿 가든의 전형적인 비곡(悲曲)이다. 비파와 수금의 절묘한 크로스로 우아한 선율을 뽑아낸 'Fields of fortune', 스코틀랜드의 전통 무도곡을 현대판으로 개정한 'The reel'은 아이리시한 피들 연주로 구수함과 흥취를 더하는 등 각 곡마다 뚜렷한 테마를 가지며 철학적 사색의 깊이도 느껴지고 있다.
본 의식에는 뜻을 나눈 인물들이 여럿 참석하고 있어 더욱 눈길을 끄는데 영국의 테너가수 러셀 왓슨(Russell Watson)이 낭독자로 나선 'Always there'과 아일랜드 여가수 시얼샤(Saoirse)의 청아한 음색이 성수처럼 흘러내리는 'Sleepsong'은 감성지수가 극에 달하는 시가(詩歌)다. 비안 리우니안(Bian Liunian)이 중국의 민속 악기인 얼후를 연주한 'Lotus'에서는 동양적인 터치가 가해져 기품 있는 앙상블을 이루고, 노르웨이의 트럼펫 주자 올레 에드바르드 안톤센(Ole Edvard Antonsen)과 호흡을 맞춘 'Grace'는 여러 갈래로 멜로디 전개를 펼쳐가는 클래식 음악의 양식을 차용했다.
식이 끝나고 내빈이 모두 돌아간 뒤에도 롤프 러블랜드(Rolf Lovland)와 피오누엘라 쉐리(Fionnuala Sherry)의 기도는 그치지 않는다. “아직도 저 위험한 성밖에서 방황하고 있는 영혼의 발걸음에 은총을 내려주소서.” 시크릿 가든의 두 정원사는 오늘도 주인 없는 낙원을 수호한다.
-수록곡-
1. Sometimes when it rains
2. Fields of fortune
3. The reel
4. Always there
5. When darkness falls
6. Sleepsong
7. Lotus
8. Searching for the past
9. Silence speaks
10. Daughters of erin
11. Half a world away
12. Canzona
13. Grace
14. Raise your voic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