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Illmatic>의 악몽을 떨칠 수 있을지!
팝 리스너라면 나스(Nas)라는 이름을 통해 가장 먼저 떠올릴 단어가 바로 그의 데뷔작 <Illmatic>(1994)일 것이다. 힙합계의 마스터피스로 꼽힐 만큼 그 음반의 평판이 얼마나 좋았으면 힙합에 별 관심조차 없는 이들도 'Illmatic은 걸작'이라는 소릴 종종 들었을 거라 본다. 나스의 진통은 거기에서 시작됐다. 그를 탁월한 랩 작가의 반열에 올려놓은 1집의 비범한 결실로, 사람들은 나스의 신작이 공개될 때마다 항상 <Illmatic>이길 원했다. 그에게 <Illmatic>은 '저주받은 걸작'이자 그후 지속될 '악몽'의 시작이었던 셈이다.
너무 많은 관심과 부담은 오히려 역작용을 낳는 법이다. 결국 <Illmatic>과 소포모어 앨범 <It Was Written> 이후에 나온 음반들은 평단과 팬들에게 쓴 소리를 들어야 했고, 상업적으로도 실패를 맛보았다. 라이벌 제이 지가 승승장구할 때 그보다 먼저 '뉴욕 힙합의 신(God)'이란 찬사를 들었던 나스의 몸값은 차츰 하향 곡선을 그려나갔고, 그 위상마저도 이내 곤두박질쳤다.
그가 그런 압박에서 벗어나고 싶은 심경은 <Stillmatic>(2001) 같은 일련의 음반을 통해 고스란히 반영되기도 했다. “아직도 사람들은 왜 날 두고 Illmatic만을 기억하는가!” 나스의 입장에선 강한 불만이 나올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요컨대 데뷔 10주년을 기념하는 음반 <Illmatic : 10th Anniversary Illmatic Platinum Series>(2004)가 나온 것도 그에게는 지난 10년간의 행보를 정리하는 의미도 있겠지만, <Illmatic>이 훗날 뉴욕 힙합 씬에 끼친 파급력을 잘 말해주는 일종의 증거물이다.
나스는 이제 10주년을 기점으로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하려 한다. 더블 디스크 <Streets Disciple>에 총 26곡을 담아 양적으로 충만한 내용물을 내놓은 것. 재즈 뮤지션인 나스의 아버지 Olu Dara를 비롯해 켈리스, 버스타 라임스, 라킴, 루다크리스, 맥스웰 등 그야말로 쟁쟁한 인물들이 나스의 작업 스튜디오로 초빙됐고, 리드 싱글 'No one else in the room'뿐만 아니라 멜로디컬한 'American way', 'Just moment', 'Reason', 'Remember the times', 'War' 등 일부 수록곡은 <Illmatic>의 잔향이 조용히 감돈다.
그 유명한 '최후의 만찬'을 패러디 한 재킷 사진만 보더라도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고픈 나스의 욕망은 크게 숨쉬고 있다. 뉴욕 힙합의 감성과 스타일에 충실한 곡의 퀄리티는 현격한 높낮이를 들어내는데, “차라리 여기서 과욕을 버리고 딱 10곡만 간추렸다면 어땠을까”하는 아쉬움마저 든다.
팝 청자들이 매번 그랬듯 <Illmatic>과 비교하는 진부한 오류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점은 이번 <Streets Disciple>을 제대로 평가하기 위한 키포인트다. 이미 <타임>지는 <Streets Disciple>을 '2004년 최고의 힙합 앨범'으로 선정했고, 힙합 전문지 <소스>는 이 음반에 마이크 4개를 부여했다. <바이브>지도 역시 별점 4개를 매기면서 나스의 신작에 강한 신뢰감을 내비쳤다. 결과론으로 따지자면 그건 명백히 나스가 <Illmatic>의 속박에서 서서히 벗어나고 있다는 긍정이 아닐까 싶다.
-수록곡-
1. Intro
2. A message to the feds, sincerely, we the people
3. Nazareth savage
4. American way Feat. Kelis
5. Coon picnic (These are our heroes)
6. Disciple
7. Sekou story Feat. Scarlett
8. Live now Feat. Scarlett
9. Rest of my life
10. Just a moment Feat. Quan
11. Reason Feat. Emily
12. You know my style (Bonus Track)
13. Suicide bounce Feat. Busta Rhymes
14. Street's disciple Feat. Olu Dara
15. U.B.R. (Unuauthorized biography of Rakim)
16. Virgo Feat. Ludacris & Doug E. Fresh
17. Remember the times (Intro)
18. Remember the times
19. The makings of a perfect bitch
20. Getting married
21. No one else in the room Feat. Maxwell
22. Bridging the gap Feat. Olu Dara
23. War Feat. Keon Bryce
24. Me & You (Dedicated to destiny)
25. Thief's Theme (Bonus Track)
26. Thief's Theme Feat. Rising Son (Bonus Tra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