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e >는 대단하고 중요한 음반이다. 이것은 최고의 힙합 프로듀서가 만든 놀라운 작품이며 지난해 최고 랩 앨범 가운데 하나다. 전작 < Electric Circus >처럼 이번 음반엔 사이키델릭 그루브와 관념적 가사로 넘치던 커먼(Common)의 랩 철학이 계속되고 있다. '얼터 랩' 혹은 '재즈 랩'이라 일컬어지던 힙합 프레임도 여전히 활기차다.
그동안 커먼은 지적인 MC의 대명사로 통했다. 유능한 작가로서 그는 때론 정치적 이슈와 사회적 논평을 곁들인 곡을 통해 루츠(The Roots)나 블랙 스타(Black Star)와 함께 사상을 지닌 래퍼로 평가받곤 했다. 올해로 경력 14년째. 그의 음악은 힙합을 뒷골목 양아치들이 즐기는 천박한 문화로 업신여긴 이들의 고정관념을 통렬히 깼다. 매 음반마다 그가 풀어놓는 이야기보따리는 수학 공식처럼 다양한 사고와 접근을 시도하게 만든다.
이번에도 그 맥은 흐트러지지 않는다. 리드 싱글 'The Corner'를 비롯해 이어지는 히트 넘버 'Go!', 'Testify', 그리고 빈티지스런 'Faithful' 등 마치 'Innervisions의 랩 버전'을 만난 듯한 노래들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커먼은 이 신경질적인 1970년대 스타일 행동을 노랫말로 탁월하게 조명했다. 존 메이어와 존 레전드가 게스트로 참여한 것도 눈길을 끈다.
이처럼 고급의 소울 샘플과 익살스런 랩 라임으로 채워진 새 앨범 < Be >는 커먼이 3년만에 일궈낸 수작이다. 그의 6집 앨범이다. 국내에 그의 추종 세력을 양산했던 < Like Water For Chocolate >과 견줘봐도 대등한 퀄리티를 자랑한다. 벌써 싱글만 3곡이 쏟아졌다. 카니예 웨스트가 9곡을 프로듀싱했으며, 음반은 역시 웨스트의 회사 '굿 뮤직'에서 출시됐다. 이들 시카고 콤비가 절친한 사이라는 건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웨스트가 힙합 세계의 킹콩으로 부상하면서 커먼이 이전보다 훨씬 더 유명해진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건방진 얘기로 들리겠지만 웨스트의 < Late Registration >과 유일하게 경쟁할 수 있는 랩 앨범은 현재로선 < Be > 밖에 없다. 그 두 작품의 공통점을 발견하는 것은 복잡한 퍼즐 게임만큼 흥미진진하다. 지난 연말 음악 잡지 < 롤링스톤 >과 < 스핀 >이 선정한 '베스트 앨범'. 오는 48회 그래미 시상식에서 < Be >는 '베스트 랩 앨범' 등 4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됐다. 자, 이제 이 땅에서도 커먼을 환영해야 될 시간이 왔다.
-수록곡-
1. Be (Intro)
2. The Corner Feat. The Last Poets
3. GO! Feat. John Mayer
4. Faithful
5. Testify
6. Love Is...
7. Chi-City
8. The Food (live)
9. Real People
10. They Say Feat. Kanye West, John Legend
11. It's Your World (Part 1 & 2) Feat. Bila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