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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iversal Mind Control
커먼(Common)
2008

by 한동윤

2009.02.01

커먼(Common)의 여덟 번째 앨범에서 눈여겨볼 만한 점은 단연 음악 외형의 변화가 될 것이다. 재지(jazzy)하면서도 예스런 소리를 탑재했던 4집 < Like Water For Chocolate >과 팝, 록, 네오 소울 등을 뒤섞은 막대한 실험성으로 청취자를 혼미하게 만들었던 5집 < Electric Circus >에서 기존의 힙합 비트와는 조금, 또는 확연히 다른 형식으로 변신을 꾀했으나 이번은 '전면 개편'이라 할 정도로 대대적으로 확 바뀐 용모를 드러낸다. 사이키델릭하고 다소 그로테스크한 사운드를 내며 문제적 작품이 되었던 다섯 번째 앨범에서도 일렉트로니카를 접목했으나 지금처럼 댄서블하지는 않았다. 이번 음반이 어느 것보다 생경하게 느껴지는 까닭이다.

가장 선두에서 음악팬들을 당혹케 했던 것은 첫 싱글 'Universal mind control'이었다. 아프리카 밤바타 앤 더 소울소닉 포스(Afrika Bambaataa & The Soulsonic Force)가 1982년에 발표한 'Planet rock'이 단번에 떠오르는 올드 스쿨 프리스타일 리듬과 신시사이저 루프는 지나치게 클럽 지향적이어서 거부감을 갖게 하기에 충분했다. 응용력과 독창성을 적당히 안배해 팝 음악의 최신 경향을 선도하는 넵튠스(The Neptunes)다운 온고지신 형 연출이라 하겠으나 이제껏 커먼이 보여준 모습과는 너무나 달라서 어색하게 느낀 이가 많았던 게 사실이다.

모든 노래가 다 그런 과에 속하지는 않는다. 느린 템포로 차분한 분위기를 형성하는 힙합곡 'Changes'가 있고 넵튠스 특유의 단단한 싱코페이션이 돋보이는 트렌디한 느낌의 'What a world'도 존재한다. 'Everywhere'처럼 차라리 록의 문법에 가까운 노래도 수록되어 있어 다채롭다. 전자 음악적인 프로그래밍이 스민 것일 뿐, 작품 전체가 춤추는 데 쓰일 배경음악을 목표로 해서 만들어진 것은 아니다.

처음 두 싱글로 형식 면에서 급격한 변모를 나타낸 것도 색달랐지만, 노랫말에서 풍성하게 나열했던 은유와 상징, 현시대를 향해 던지는 메시지가 많이 줄어든 점도 이전까지의 그와 차이를 보이는 부분이다. 가사는 더욱 가볍고, 직설적이고 구체화됐다. 'Make my day'에서는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그녀로 말미암아 더 밝은 하루가 되었다고 이야기하며, 'Announcement'는 자신의 음악이 바로 진정한 힙합이라며 자신감을 과시하고, 'Gladiator'에서는 '나의 말은 검이요, 나의 기술은 방패'라며 검투사에 빗대어 자화자찬을 아끼지 않는다. 일곱 장의 앨범을 통해 각인해 왔던 상(像)에서 벗어난 상황이다.

그런 중에도 커먼이 늘 체현해 온 의식적, 사회적인 내용이 굳건히 이어지는 'Changes'가 있어서 그가 180도 성향을 전환한 것은 아님을 인지하게 된다. 끝부분 내레이션 '변화는 경작 중인 것, 멈출 수 없네 / 변화는 성난 폭풍과도 같은 것, 그건 멈출 수 없지 / 변화가 뭐지? 변화는 마틴 루터 킹, 간디, 셰익스피어, 투팍, 버락 오바마 / 변화가 일어났어, 변화는 희망이야'라는 말로 긍정의 힘을 건넨다. 이것이 그가 쌓아 왔고 그를 규정하는 이미지였던 것이다.

획기적으로 음악적 틀을 교체한 것만 바라보고 일부 평단과 마니아는 힙합적이지 않은 이번 모습에 대해 실망하는 목소리가 크다. 하지만, 넵튠스를 프로듀서로 들여 주류 팝 음악의 풍조를 좇아 일렉트로니카를 접목한 것은 '개량'이 아닌 '시도'로 보는 것이 옳다. 가사도 마찬가지다. 어느 정도는 경량화한 면이 보이더라도 아직 세상과 생활을 순안하는 노랫말을 담고 있으니 후자에 무게가 쏠린다. 2000년에 아만드 반 헬덴(Armand Van Helden)의 'Full Moon'에 객원 보컬로 참여했던 걸 돌이켜 본다면, 반드시 커먼을 전자 음악과 격리시켜 생각하고, 평면적이지 않은 심오한 언어에 묶어 두지는 못할 듯싶다.

-수록곡-
1. Universal mind control (UMC) [추천]
2. Punch drunk love (feat. Kanye West)
3. Make my day (feat. Cee-Lo) [추천]
4. Sex 4 suga
5. Announcement (feat. Pharrell)
6. Gladiator
7. Changes (feat. Muhsinah) [추천]
8. Inhale
9. What a world
10. Everywhere (feat. Martina Topley-Bird)
한동윤(bionicsoul@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