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이켜보건대, 아마도 커먼에게는 이러한 지론이 있었을 것이다. '시류를 좇고 풍조를 따르는 음악은 절대 오래가지 못한다.'라는 굳건한 주장... 눈에 보이는 인기에 급급하거나 당장의 출세와 상업적인 성공만을 구걸해서는 본인도, 그의 음악도 많은 이들이 오래도록 기억할 클래식이 될 수 없음을 알고 있었기에 마냥 가볍고 만질만질한 음악을 조립할 수는 없었다. 대중의 기호에 민감하지는 않았지만 진심을 담아 만든 노래라면 언젠가는 다수의 마음을 흔들 수 있을 거라고 그는 늘 믿어왔다. 그것이야말로 유행을 초월해 영속하는, 고금에 탁절한 작품일 테니까. 지난 7월 말 발표한 신보 < Finding Forever >는 자신이 낸 일련의 물음에 답을 얻는 과정이자 음악을 사랑하는 이들을 만족케 할 명편(名篇)의 재생산이다.
< Finding Forever >의 발매에 맞춰 커먼은 한 인터뷰에서 “'Finding Forever'라는 타이틀이 진정으로 말하고자 하는 의미는 영원히 머무를 수 있는 음악 속 어딘가를 찾는 것입니다. 당신이 음악을 마음속으로부터, 영혼으로부터 만든다면 그것은 영원할 거예요. 난 음악을 밥 말리(Bob Marley), 스티비 원더(Stevie Wonder), 마빈 게이(Marvin Gaye)의 노래에서 배웠고, 그것이 바로 영세무궁한 음악이었어요. 나는 그런 음악을 만들기 위한 탐구를 끊임없이 계속하고 있습니다.”는 말을 전했다. 이는 기본적으로 자신의 작품에 소울풀함을 담는 것이고 나아가서는 지난 앨범에 프로듀서로 참여했고 작년 초 세상을 떠난 동료 뮤지션 제이 딜라(J Dilla)를 기리려는 노력이기도 하다. < Be >에 이어 본 작품에서도 총감독을 맡은 정상급 프로듀서 카니예 웨스트(Kanye West) 역시 제이 딜라의 작법을 환기하는 동시에 커먼의 폭넓은 사유가 멋스럽게 전달될 수 있도록 섬세하며 온기 넘치는 소리의 틀로 그를 돕는다.
첫 싱글 'The people'은 그와 같은 이유로 제이 딜라가 프로듀싱을 맡았던 드 라 소울(De La Soul)의 노래 'Verbal clap'(2004)과 같은 샘플을 사용했다. 가사는 마치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의 랩 버전, '이것은 노래하지 못한 영웅을 위한 거리의 라디오라네 / 법을 어기지 않으려는 이들은 왕답게 다니지 / 내 딸은 니모를 찾았고 나는 프리모를 찾았어 / 우리가 어떻게 하는지 알잖아 우린 사람들을 위해 살아'라며 주변 사람들로부터 자신의 존재를 찾고 힙합 음악으로 여유를 찾는 삶을 노래한다. 랩과 비트 모두 일품인데다 네오 소울 가수 드웰레이(Dwele)의 부드러운 코러스가 짤막하지만 온건한 메시지를 극대화하고 있어 올해의 싱글로 선정하기에 모자람 없을 정도다.
영국의 여성 싱어송라이터 릴리 앨런(Lily Allen)이 피처링한 세 번째 싱글 'Drivin' me wild'는 요즘 말로 치면 '된장녀(언어는 다를지언정 미국도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음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겠다)'들을 향한 일침이 될 듯하다. 순간적인 관계를 꼬집고 부(富)만을 추구하고 겉만 치장하는 여성을 비판하는 이 노래는 커먼 자신도 이번 앨범에서 'The people'과 함께 가장 선호하는 곡으로 꼽는다. 사랑하는 이와 이별한 후 겪는 온갖 감정의 소용돌이를 드라마틱하게 그려내는 'I want you'와 제이 딜라의 유작 < The Shining >(2006)에 실렸던 곡을 각색해 옮긴 'I used to love H.E.R.'에 이은 또 다른 힙합 의인화 곡 'So far to go', 흑인이라는 이유로 넘어야 하는 장애물이 있고 겪어야만 하는 어려움이 있음을 빌랄(Bilal)의 묵직하고 어두운 목소리에 입힌 'U, black maybe' 등을 통해서 사운드 연출에서의 훌륭함뿐만 아니라 사회와 생활에 근간을 둔 커먼의 서리(犀利)한 관찰력에 다시금 감탄하게 된다.
위트 넘치는 가사와 무게감 있는 억양, 명확한 전달이 조성한 독특한 스타일, 인류와 삶을 고찰한 산문시는 '커먼=시카고 힙합=컨셔스 힙합'이라는 등식을 성립시켰다. 올 뮤직 가이드의 스탠튼 스위하트(Stanton Swihart)가 '힙합이라는 지형도에 시카고를 부각시킨 작품'이라며 높이 평가한 데뷔작, 50만 장 이상의 판매량을 올리며 그를 스타 래퍼의 반열에 들게 한 < Like Water For Chocolate >, 록, 소울, 일렉트로니카 등을 절충한 사이키델릭 사운드로 난해함의 정점에 올랐던 < Electric Circus >, 48회 그래미 시상식 네 개 부문에 그를 후보로 올린 최근작 < Be >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사색이 이끌어낸 심도 깊은 노랫말은 쭉 이어진다.
이전 작품인 < Be >가 상업성과 작품성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걸작이었기에 어떤 이들은 본 작품을 두고 조금은 실망하는 모습을 내비칠지도 모른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그의 말대로 이 앨범은 영혼과 가슴으로 만든 열(熱)과 성(誠)이 깃든 작품이며, 이미 온 결과가 아닌 그가 원하는 영원을 찾는 과정일 테니 듣는 이들 역시 조금 느긋하게 현재를 감상하며 즐기면 괜찮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찬연(鑽硏) 뒤에 산출한 진심 어린 노랫말을 한 번 더 곱씹어본다면 얼마 지나지 않아 < Finding Forever >가 품은 근사함에 자연스럽게 빠지게 될 것이다. 그 감동은 분명히, 영원토록 지속되기에 충분하다.
-수록곡-
1. Intro
2. Start the show
3. The people
4. Drivin' me wild feat. Lily Allen
5. I want you feat. Will.I.Am
6. Southside feat. Kanye West
7. The game feat. DJ Premier
8. U, black maybe feat. Bilal
9. So far to go feat. D'angelo
10. Break my heart
11. Misunderstood
12. Forever begi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