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은 미국과 영국에 견주어도 전혀 밀리지 않는 음악 강국이다. 아프리카에서 끌려온 흑인 노예들과 원주민, 그리고 정복자 포르투갈인들을 비롯한 유럽인들 사이에 성적, 문화적 혼합이 오랫동안 빈번하게 일어나면서, 쇼루, 삼바, 보사노바, MPB 등 풍성한 음악의 씨앗들이 뿌려졌고, 튼튼하게 자랐다. 그리고 현재 브라질 음악은 더 이상 변방의 음악이 아닌 지구촌의 즐겨찾기 음악이 되었다.
최근에 소리소문 없이 레코드 숍에 진열된 소히의 데뷔 앨범 < 앵두 >는 바로 브라질 음악에 젖줄을 대고 있는 작품이다. '춘천가는 기차 (김현철)'나, '어느 새 (장필순)'처럼 보사노바 스타일의 노래들을 감초처럼 앨범에 끼워 넣어 히트하는 경우나 방대한 브라질 음악 데이터베이스를 바탕으로 가끔씩 토해내는 윤상의 음악들과 달리, 소히의 1집은 브라질리언 리듬을 전면에 내세운 보기 드문 가요 음반이라 할 만 하다.
보사노바, 삼바, MPB 등 요즘 브라질 주류 대중 음악을 이끌고 있는 장르들이 모두 담겨져 있다. 타이틀 곡 '앵두'가 대표적이다. 단순한 가사와 정열적인 타악 리듬, 간결한 기타 프레이즈 위에 소히의 보컬은 브라질의 햇빛처럼 발랄하고 상큼하다. 서구의 팝과 록 음악, 삼바, 보사노바, 재즈 등 온갖 장르가 섞이며 계속해서 영토를 확장해가고 있는 MPB의 전형이다.
감미로운 보사노바 리듬으로 채워진 '사람의 맘을 사로잡는 방법', 일본 출신의 보사노바 여가수 리사 오노(Lisa Ono)의 노래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Pretty World', 바닷가에서의 사랑을 노래한 'Blue' 등에서 전달되는 느낌은 브라질의 뜨거운 태양을 피하지 않고 선탠한 피부 감촉 그것이다. 특히 삼바 리듬을 받아들인 '둠둠'은 히우 데 자네리우 카니발 한복판에 있는 듯 하다.
하지만 '누구에게', 'I Love You' 같은 차분한 곡들에서 소히의 보컬은 그다지 매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리사 오노를 지향하지만, 겉핥기하는데 그치고 말았다. 그녀만의 유니크한 보컬 색깔을 찾는 것이 관건이다.
소히는 슬로 코어 밴드 잠의 보컬과 베이스를 맡았던 최소희가 그 주인공. 브라질어로 '미소짓다'라는 뜻의 'Sorri'에서 이름을 가져왔다. 앨범 커버 사진의 미소처럼 소히의 데뷔작은 방긋 웃게 만든다. 브라질 음악의 힘과 소히의 재능이 그렇게 만들었다. 그리고 브라질은 우리와 정반대 편에 위치해 있지만, 소히의 음반은 너무나 가까이에 있다.
-수록곡-
1. Po karekare Ana
2. 앵두
3. 누구에게
4. 사람의 맘을 사로잡는 방법
5. I Love You
6. 둠 둠
7. Pretty World
8. Interlude
9. Blue
10. Salut d'Amor
11. Because of you
12. 앵두 (Instrumental)
13. Po karekare Ana (Instrumenta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