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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gle
소히(Sorri)
2010

by 조이슬

2010.04.01

좀 더 멀게는 1989년, 김현철의 '춘천 가는 기차', 조금 가깝게는 한 때 '리메이크'가 가요계를 뒤덮은 2005년, 2006년. 이 흐름을 이끌었던 것도 바로 '보사노바'였다. 음률의 폭이 크지 않은 이지 리스닝(Easy listening) 계열의 곡은 재즈코드와 역동적인 보사노바 리듬에 딱 맞아 떨어졌던 것. 그만큼 보사노바는 이미 낯선 브라질 음악이 아니다.

2006년 발표된 '소히'의 1집도 그래서 우리에게 생판의 음악이 아니었다. '사람의 맘을 사로잡는 방법'은 전형적인 보사노바 리듬에 경쾌한 멜로디, 거기에 '사람의 맘을 사로잡는 방법'이라는 가사와 완벽히 떨어지는 코러스 라인은 '월드뮤직'의 난해함에 괜한 편견을 가진 이들에게도 흥얼거릴 수 있을 법한 편한 '가요' 앨범이었다.

앵두를 먹으려면 가야지 / 앵두는 빨갛게 발그란 / 땅에 떨어지기 전에 따리라 /땡볕아래 탱글탱글 탱글한' (1집 '앵두'중에서)

'소히'의 1집이 평단의 좋은 반응을 끌어낼 수 있었던 점도 바로 이것이었다. 충분히 이국적인 리듬과 분위기를 살리되 어렵지 않아야 하고, 기교가 없지만 충분히 생기가 도는 음색, 동적인 리듬에 나른한 톤을 가진 그녀의 목소리는 '리사 오노'(Lisa Ono)만 동경하던 보사노바 팬들에게도 부족함이 없었던 것. 1집의 타이틀 곡 '앵두'의 상기한 부분은 마치 주술처럼 읊조리는 소히의 보컬과 나일론 기타, 코러스가 덧입혀져 이국취미(異國趣味)를 반영하기에 충분했다.

주지하듯, 분명 그녀는 곡을 쓸 줄 알고 곡 전체의 흐름을 조율 할 수 있는 프로듀싱 능력이 있는 가수이다. 2집의 타이틀 곡 '그럼 그렇지'의 멜로디만 들여다보아도 1집의 '사람의 맘을 사로잡는 방법'과 '앵두' 등의 연장선상에 있는 MPB(Musica Popular Brasileira-보사노바 이후의 브라질 대중 음악) 성향의 곡이라는 것을 단번에 알아챌 수 있다. '산책'도 마찬가지. 명징한 어쿠스틱 리듬을 흐르는 멜로디는 분명 이런 느낌을 담아내었다.

그럼에도 전작과의 차이의 관건은 멜로디가 아닌 전체적인 편곡 스타일에서 찾을 수 있다. 이번 앨범의 프로듀서 '이한철'은 바로 편곡에서 기존의 소재의 전형을 탈피하는 것에 중심을 둔다. 이것의 첫 번째 임무가 바로 앨범 전체를 관통하는 일렉 전자음이었던 것. 처음부터 보사노바의 그림 위에 선율을 얹은 '그럼 그렇지'에서는 그만의 색을 그리 방해하지는 않지만, 이한철이 직접 선율을 빚은 'Re-love'나 '짜릿한 입맞춤'에서 소히 특유의 음색이나 고유한 분위기 톤의 맛을 덜하게 하는 건 어쩔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럼 그렇지'의 일렉 기타가 전체적인 (고유의)브라질리언 사운드를 누그러뜨리는 것과 마찬가지로 몽롱한 리드 사운드가 이끄는 'Boa trade'는 일렉트로닉으로 접근하는 MPB방식을 취하지만 조금은 평범한 팝 선율이 그 독특함을 배가시키진 못한다. 다양한 악기의 배치를 결합해 새로운 방식을 이끌어냈다는 것보다 팝에 기울어진 무게중심은 독특한 소히만의 색이 뻗어나가는 것을 좀 누르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그래서인지 최대한 다른 악기들의 참여를 배제한, 조금은 어쿠스틱의 지향점에 선 곡들이 귀에 착착 감긴다. 삼바의 리듬을 그대로 심은 '거짓말'이나 '집으로 가는 길'에서는 그 역동적인 퍼커션과 곡 전반을 훑는 듯한 플루트의 조합을 일궈냈고, '좋아'는 역시 최소화된 편곡을 압도하는 매력적인 목소리가 여전하다. 전작에 이어 흔히 'languor'라고 부를 수 있는 (기분좋은)나른함과 빠른 비트위에서도 절대 셀프 컨트롤(self-control)하는 여유를 잃지 않는다.

< Mingle >은 브라질리언 리듬을 가요의 접근법으로 치환하는 승부수를 띄웠지만 그 과단의 힘 조절이 조금 아쉽다. 좀 더 MPB의 성향으로, 가요의 느낌에 가깝게 가져간 의도를 모르는 바 아니다. 허나 전면적인 브라질 음악을 내세운 소히의 고유함까지 옅어진 건 자칫 누구나 할 수 있는 '단순 리듬 차용'으로 비쳐 보일 수 있는 위험을 감수해야 할지도 모른다.

-수록곡-
1. 좋아 [추천]
2. 산책
3. 그럼 그렇지 [추천]
4. 거짓말 [추천]
5. 집으로 가는 길
6. 짜릿한 입맞춤 (Feat. 이한철)
7. Boa Tarde
8. Re-Love
9. 강강수월래
10. 비온 뒤
11. 나나나

Produced by 이한철
조이슬(esbow@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