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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That Love
임현정
2006

by 신혜림

2006.04.01

생각해보면 임현정은 여성 싱어송라이터가 드문 우리 음악계 현실에서 강력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했던 실력자다. '첫사랑', '고마워요', '사랑은 봄비처럼... 이별은 겨울비처럼...'등의 대표곡들이 그녀의 음악적 토양인 록을 에둘러 갔다는 점에서 지향의 아쉬움을 남겼기 때문일까.

그러나 임현정의 능력은 절대 무시할 수가 없는 수준이다. 그것은 작사가, 작곡가, 프로듀서, 가수라는 뮤지션의 전방위적 시선 모두에서 그렇다. 그리고 표현의 재치 또한 뛰어나다. 이전에는 그렇지 않았는데 싶었더라도, 봄을 타고 온 새 앨범 < All That Love >에서는 그녀의 숨겨진 위트가 강력하게 발산된다.

초반부터 힘찬 사운드가 귀를 사로잡는 '사랑에 빠지다'를 시작으로 '사랑의 향기는 설레임을 타고 온다', '사랑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사랑을 보내다'까지 이어지는 '사랑 연작'만 봐도 그렇다. 대중음악계와 우리네 인생이 끝까지 놓지 못하는 사랑의 단계별 경험적 느낌을 음악으로 승화시켰다. 특히 '사랑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는 멀어져 가는 인연의 아스라함을 슬픈 멜로디로, 붙잡고 싶은 아쉬움을 가슴 찌르는 듯한 리듬으로 나타내 임현정만의 독특한 세계에 중독되게 하는 넘버다.

이 중 타이틀곡으로 낙점된 것은 '첫사랑'과 비슷한 느낌의 '사랑의 향기는 설레임을 타고 온다'. 룸바 리듬에 클래식 기타의 추임새가 감칠맛 나는 이 곡은 봄처녀들에게 달콤한 사랑을 꿈꾸게 할 만한 노래다. 5집까지 오는 동안 이전의 타이틀과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는 점에서는 '안주가 아니냐' 라는 생각도 들지만, 실력 대비 인지도를 떠올려 본다면 변화를 미뤄두는 편이 나았을 수도 있다. 물론 전작의 '사랑은 봄비처럼... 이별은 겨울비처럼...'이 크게 알려졌으나 섣부른 움직임이 서서히 좁혀지는 대중과의 거리를 다시 떼어놓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비 오는 거리'풍의 밝은 어쿠스틱 기타 연주와 '가시나무'류의 서글픈 가사가 아이러니하게 만나는 '감기', 사랑을 보낸 이후의 그리움을 폴카 리듬으로 독특하게 표현한 'Cherry tree' 등도 그녀의 '찬란한 슬픔의 봄'을 대변해준다. 물론 '너'나 '오직 너뿐인 내게'와 같이 정공법을 택한 노래도 있으나, 주(主)가 되는 역설적 표현법은 그녀가 얼마나 자유로운 시각을 가진 송라이터인지를 알게 해준다.

그 중에서도 임현정의 에너지가 가장 집약된 작품은 '널 부르는 노래'이다. 오리지널 버전으로 들어야 더 진한 감동을 받을 수 있는 이 곡은 그녀가 고수하는 특유의 선율과 록의 정서가 결합했다. 그녀의 무명시절부터 지금에 올 때까지의 커리어가 단번에 폭발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완성도가 뛰어나다. 임현정의 대중적 음악세계가 가장 잘 정리 되었던 '사랑은 봄비처럼... 이별은 겨울비처럼...'마저도 이 노래를 위한 단계가 아니었을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사실 가요계에서 임현정의 위치는 불안정한 편이다. 온전히 자기 세계만을 추구하는 인디도 아니요, 그렇다고 많은 사람들의 폭 넓은 선호를 받는 메이저 가수도 아니다. 분명히 그녀의 음악은 대중에 가까워 있으면서도 끝까지 자신을 놓지 않는 고집을 보인다. 그런데 지금, 이러한 임현정만의 고군분투기가 서서히 꽃을 피우는 중이다. 대작(大作)은 아니더라도 그녀의 음악세계에서 중추적 위치를 할 < All That Love >는 가수 임현정으로서의 지평을 넓힐 수 있는 기점이 될 것이다.

-수록곡-
1. 사랑에 빠지다
2. 사랑의 향기는 설레임을 타고 온다
3. 사랑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4. 사랑을 보내다
5. Good bye
6. 감기
7. 널 부르는 노래 (Radio version)
8. 너
9. Cherry tree
10. Tea time
11. 오직 너뿐인 내게
12. 사랑의 향기는 설레임을 타고 온다 (With 안재욱)
13. 널 부르는 노래 (Original version)
14. 사랑은 봄비처럼... 이별은 겨울비처럼... (Bonus track)

전곡 작사, 작곡: 임현정
프로듀서: 임현정
신혜림(snow-forget@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