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 이미지
Bizzionary
비지(Bizzy)
2008

by 박효재

2008.07.01

앨범커버에서부터 간지가 장난이 아니다. 심플한 액서서리로 포인트를 준 스타일은 흑백의 강렬한 대비 속에서 꽤 멋져 보인다. 왠지 사나이의 냄새가 강하게 나는 어두운 힙합을 하지 않을까 하는 추측을 해보게 된다. 남성미가 묻어나는 것은 예상대로였지만 생각보다 유연하고 담백한 힙합을 구사하는 것은 겉모습과 달랐다.

썬글라스를 벗은 그의 모습은 선한 인상이었으며 앨범의 내용물 또한 온순한 얼굴 모양새처럼 과격하지 않았다. 비지는 무브먼트의 숨은 실력자로서 소속사의 다른 식구들 작품에 조력자로 적지 않게 참여해왔다. 특히 타이거 JK, 양동근(YDG)에게 많은 도움을 주었다. 그랬던 그가 조연에 만족하지 않고 주연으로서 첫 작품을 들고 나왔다.

비지의 장점은 우선 가사가 잘 들리는 명료한 랩핑에 있다. 기묘한 라임 만들기나 빠른 속도의 랩핑에 집착하지 않고 또렷한 메시지 전달에 더욱 힘을 쏟는다. 랩퍼들만의 세계에 갇히지 않고 대중들에게 적극적으로 손길을 내미는 모습이 보기 좋다. 전곡이 선명한 훅과 리듬을 가지고 있어 쉽게 따라부를 수 있다.

아련한 사랑의 추억을 끄집어내는 'All in', 담담한 랩핑과 윤미래의 미끄러지듯 감촉이 좋은 싱잉이 어우러진 'Day & Night', 귀여운 바운스와 살짝 야한 노랫말이 묘한 분위기를 엮어내는 'Bam' 등은 힙합에 조예가 깊지 않은 이들도 관심을 가질만한 곡이다.

곡들을 찬찬히 듣다보면 피쳐링에 참여한 이들이 정말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힙합이 그토록 강조하는 형제애가 좋은 향기를 내는 지점이다. 비지의 원만한 성격을 또한 짐작해볼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강력한 드럼비트가 계속 함차게 울려대는 가운데 블루지한 기타가 간간히 곁들여지는 'Movement4'에서 보여지는 끈끈한 브라더후드는 인상적이다. 윤미래, 바비킴, 에픽하이 등 유명인사들이 다수 참여해 빛을 내줬다.

하지만 형제애가 지나쳐도 문제다. 이현우의 히트곡 리메이크 '헤어진 다음날'은 앨범미학에 손상을 입힌다. 전체적인 서사에서 어긋나 쌩뚱맞은 느낌을 준다. 전반적인 속도를 갑자기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원곡의 느릿한 서정도 랩핑과 어우러지면서 격이 떨어진다. 어느 곡보다 훅이 확실한 것은 장점이지만 이 같은 단점을 다 가리지는 못한다. 이현우가 비지와의 평소 친분을 생각하여 직접 피쳐링을 해 원곡의 분위기를 최대한 살려보려고 했지만 결과는 예상과 많이 달라진 듯하다.

타이틀곡의 선정은 언제나 신중해야 한다. 더군다나 처음 앨범을 내놓는 이에게 그것은 평생 따라다닐 자신의 이미지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괜찮은 완성도임에도 불구하고 다소 키치적인 접근방식으로 보일 수 있는 타이틀곡이 그것을 가리는 것 같아 아쉬울 따름이다.

-수록곡-
1. Change (작사: 비지 / 작곡: 타이거 JK, 박재선. feat. YDG)
2. 그래(춤 못 추는 사람을 위해 만든 노래) (비지 / Double Dragon)
3. All in (비지 / Fractal) 
4. 헤어진 다음날 (이현우, 비지 / 김홍순, 이현우, 박재선)
5. Day&Night (비지, t윤미래 / DOK2)
6. Bam (비지 / 비지, 박재선) 
7. 음악은 타임머신 (타이거 JK / 박재선)
8. Movement4(꺼지지 않는 초심) (Movement / DOK2) 

Produced by 타이거 JK, 비지
박효재(mann616@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