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효재 군바리 시절 TV에서 본 그녀는 마돈나보다도 섹시했다. 민간인이 된 지금도 그 느낌은 많이 달라지지 않았다. 바다는 이제 V.I.P에서 여왕으로 발돋움하려 한다. 둔중한 리듬을 전면에 내세운 뒤 후반부에 가서 가창력을 맘껏 뽐내는 패턴은 동일하다. 하지만 더욱 앙칼지게, 드라마틱하게 곡을 주무르는 솜씨는 한결 노련해졌다. 그저 그런 걸 그룹의 노래쟁이가 아니었음을 홀로 힘차게 외치고 있다. 혼자일 때 아름다운 그녀는 진정한 퀸!
한동윤 비슷한 분위기의 프로그래밍과 멜로디를 그대로 쓰면서까지 ’V.I.P.’를 살려내는 걸 보니 그 노래가 바다에게는 (아니면 두 노래의 작곡가인 한상원에게) 특별한 의미를 남긴 모양이다. 언젠가 들어본 듯한 제이팝의 느낌이 나긴 하지만 꾸준히 세련된 댄스 음악을 선보이는 그답게 이번 새 싱글 역시 전체적으로 잘 다듬어진 명료한 연출이 돋보이며, 후렴에 와서는 바다의 목소리가 록 비트의 드럼을 타고 강한 힘을 내뿜어 한층 시원하게 다가선다. 섣부른 판단일 수 있지만 매번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바다, 이제 댄스곡 부문에서는 본인이 ’Queen’드셔도 되겠다.
조이슬 굳이 가창력의 경중을 따지자면, 상대적으로 비주얼적인 측면이 강조되는 댄스곡 보다는 3단 꺾기에도 능한 테크닉을 필요로 하는 발라드에 더 무게가 실리는 것이 사실이다. 허나, 적어도 ’에스이에스(S.E.S.)’라는 아이돌 그룹 출신의 바다에게서만은 이 모든 편견이 기우일 뿐이다. 이미 그녀는 립싱크가 더 어울렸던 그 시절, 4분 남짓의 러닝타임동안 쉬지 않고 뛰어다니며 결코 흔들림 없는 라이브 실력을 과시하며, 댄스에도 ’감상’의 가치가 있으며 때로는 ’격’이 있음을 시사했다. 대중에게 감각적인 사운드와 현란한 몸짓을 각인시키는 동시에 이미 그룹시절 데뷔곡 ’I’m your girl’부터 획득해온 ’노래 잘하는 가수’의 이미지를 꾸준히 심어 온 것이다.
솔로로 독립한 이후, 그녀의 변신이 별 무리 없이 받아들여지는 것도 그룹 시절의 워낙 다양한 장르 시도 때문이기도 하지만 바로 ’가창력의 가수’란 타이틀이 가져다주는 메리트 덕분이었다. 이미 그녀의 트레이드마크로 자리 잡은 어디 하나 둔탁하게 걸리지 않고 바로 쏘아 올리는 시원한 가창과 비음 섞인 아주 독특한 음색은 당시, 머라이어 캐리(Mariah Carey)로 대표되던 알앤비 가창에 상당부분 기댄 ’박정현’, ’화요비’도, 빠른 비트에 탄탄하게 실려 보내는 음색은 그 시절 최고의 라이벌 ’핑클’의 ’옥주현’도 따내지 못한 그녀만의 독자적인 영역이었다.
’순수’를 컨셉으로 ’Find the way’ 등의 발라드를 발표했지만 그보다 ’V.I.P’ 등의 댄스 넘버가 사랑받은 것도 각각의 영역에 충실하기만 한 가수가 아닌, 이 두 가지를 동시에 충족시켜줄 수 있는 대중의 요구에 대한 적절한 환호가 아니었을까. ’Queen’은 한 번 듣고 흘려버릴 만한 디스코 트랙이었지만 아주 확실한 형식과 빼어난(어쩌면 유치할 정도로) 복고적 사운드로 돌파했던 ’V.I.P’의 속편 격인 싱글이다. 만약 ’V.I.P 2’라는 부제가 아니었더라면 수긍하지 못했을 만큼 많은 부분을 원곡에 기대고 심지어는 멜로디까지 그대로 옮겨놓은 탓에 새로움도 없을뿐더러, 청감의 익숙함을 이용해 인기를 이어가려는 전략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럼에도 여전히 탄력적이고 음을 마음대로 쥐락펴락하는 맛깔스런 보컬만큼은 거부할 수가 없다.
류석현 기존 자신의 타이틀 곡인 ‘VIP’를 샘플링해 만든 곡이다. 리듬은 그대로지만 멜로디라인을 바꿔서 부른 곡이 매우 색달라 보인다. H.O.T의 음악과 비슷하게 한곡에서 다양한 스타일의 범벅시킨 점은 아쉽지만 디스코와 펑키 그리고 후렴구의 강렬한 록 사운드는 복고로 일관되어 있다. 더군다나 얄미운 음색까지 선보이는 다양한 보컬 능력은 이 곡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