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니예 웨스트(Kanye West)와 제이 지(Jay-Z)가 만났으니 눈앞에 뵈는 것이 없을 만도 하다. 두 거장은 자비와 관용보다는, 위압과 나르시시즘의 클리셰로 자신의 위상을 공고히 한다. 대관식에 어울릴 만한 장엄한 분위기를 연출하기 위해 프로듀서인 렉스 루거(Lex Luger)의 평소답지 않은 오케스트라 구성까지 끌어왔다.
가사의 핵심이 그리 색다르지는 않다. “우린 너희들이 바라마지않은 장밋빛 미래를 이미 손에 넣었지!” 주체할 수 없는 과시욕은 힙합의 일상적인 테마이기도 하지만, 얼마만큼 재치 있게 맛을 살리느냐가 관건이다. 그 점에서 두 거장의 노련미는 십분 발휘하지 못했다. 평이하게 유지된 완급과, 기존의 화법과 크게 다를 바 없는 메타포의 나열은 익숙함의 재확인일 뿐이다.
카니예 웨스트의 왕성한 창작열은 대단하다. 제이지는 알 켈리(R. Kelly), 린킨 파크(Linkin Park)에 이어 세 번째 합작 사례가 될 터인데, 과거에 미적지근했던 사례를 상기하면 곧 발매될 < Watch The Throne >에 대한 기대도 아직은 유보다. 그래도 관심을 저버리지 않는 이유는 거물이 되었음에도 허슬러의 기질이 보인자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참고로 ‘H.A.M’은 ‘Hard As a Muthaf***er’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