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고한 그래미는 올해에도 에미넴(Eminem)에게 본상 수여를 윤허하지 않았지만, 리아나(Rihanna), 스카일라 그레이(Skylar Grey), 닥터 드레(Dr. Dre)와 함께한 무대에서 그는 어떤 후보자들보다 혼이 실린 아우라를 발산했다. 앞날이 막막했던 백인 래퍼 지망생을 구원해준 닥터 드레에게 변치 않는 존경을 표하고, 핏대를 세워가며 다시 한 번 끈끈한 결속을 과시하는 장면에서는 일면의 숙연함까지 들게 만들었다. 가신(家臣)의 영접을 받으며 본격적인 왕의 귀환을 알리는 킹스 스피치(King's Speech)의 자리였음은 부정할 수가 없었다.
‘I need a doctor’는 주연과 조연이 불분명할 정도로, 거칠게 휘몰아치는 에미넴의 랩이 스승을 비호한다. 게다가 프로듀서 알렉스 다 키드(Alex da Kid)가 ‘Love the way you lie’에 이어서 인상적인 코러스라인을 부각시키며 암울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이는 스카일라 그레이의 애절하게 흐느끼는 가창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다. 리아나에 이어 여성 보컬을 적절하게 활용하는 알렉스 다 키드의 방법론은 요주의대상이 되어야 한다.
물론 각 트랙이나 앨범의 전체적인 조율은 닥터 드레 자신의 최종적인 결재를 거칠 것이지만, 후배 아티스트들의 숭배어린 조력을 지켜보면 다복한 인물임은 재차 확인하게 된다. 스눕 독(Snoop Dogg)을 제외하고, 힙합 신에 꾸준한 긴장을 유발하는 골든 에라 뮤지션은 그 밖에 없다. 본 싱글은 다시 돌아올 메시아의 판 뒤엎기를 바라는 신구 힙합 팬들의 염원에 화답하는 신호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