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년 앨범 < Q's Jook Joint > 이후 15년 만에 내놓는 거장의 신보치고는 대중들의 마음을 뒤흔들 결정적 한 방이 부족하다. 과거 퀸시 존스가 작곡, 편곡자, 프로듀서로 관여했던 노래들이 후배 가수들에 의해 재탄생했다는 것 빼고는 딱히 내세울게 없다. 흑인 음악이 주도권을 쥐고 있는 요즘, 블랙 뮤직의 미다스 손이 주조해내는 새로운 노래를 기대했던 팬들에게는 실망감을 안겨줄지도 모른다.
그래도 시대를 읽는 뛰어난 안목은 여전하다. 따끈한 창작곡이 없어도 퀸시 존스는 오토튠, 힙합 비트, 프로그래밍 등 이 시대의 음악 트렌드를 적극 수용, 오리지널 곡들을 젊은 감각으로 탈바꿈시켰다. 대표적인 곡이 'Strawberry letter 23'. 리듬앤블루스 가수 서지 오티스(Shuggie Otis)가 작곡하고, 퀸시 존스가 프로듀싱을 한 브라더스 존슨(The Brothers Johnson)의 1977년 노래를 에이콘(Akon)과 함께 힙합 버전으로 재생시켰다. 베이스 라인이 주도하는 오리지널 곡의 드라마틱한 상승감이 제거된 파격 변신이다.
1967년부터 1975년까지 NBC TV를 통해 방영된 미니시리즈 < 아이언사이드(Ironside) >의 오프닝 테마 음악 'Ironside'는 보컬이 추가됐다. 언더 힙합의 제왕 탈립 콸리(Talib Kweli)의 현란한 랩과 추격전을 방불케 하는 베이스, 화려한 혼 섹션이 원곡보다 풍성함을 안겨준다.
오리지널리티를 원하는 팬들에게는 이런 탈색에 쉽게 손을 내밀지 못할 수도 있다. 오히려 조지 벤슨(George Benson)의 1980년 디스코 넘버를 제이미 폭스(Jamie Foxx)가 거의 똑같이 리메이크한 'Give me the night'에 반가운 한 표를 던질 가능성이 크다. 타미아(Tamia)의 1998년 노래를 파워풀하게 소화해낸 제니퍼 허드슨(Jennifer Hudson)의 'You put a move on my heart'도 마찬가지다.
원곡의 재해석 방법에 따른 호불호를 떠나 현재의 인기 스타들이 들려주는 올디스들은 요즘 음악팬들에게 과거와의 다리 역할을 하기에 충분하다. 에이미 와인하우스(Amy Winehouse)가 검게 부른 'It's my party'는 레슬리 고어(Lesley Gore)의 1963년 빅히트곡이고, 스눕 독(Snoop Dogg)이 한가롭게 노니는 듯한 'Get the funk out of my face'는 브라더스 존슨의 1976년 전미 차트 30위곡이다. 또 존 레전드(John Legend)가 노래한 'Tomorrow'는1989년 테빈 캠벨(Tevin Campbell)의 목소리로 처음 발표된 작품이다.
퀸시 존스가 반세기 넘게 활동하면서 일궈낸 업적은 흑인 음악 시대가 개막하는 데 큰 밑거름이 됐다. 살아있는 전설로 괜히 추앙받는 게 아니다. 그래서 또한 회고성 음반이 아닌 생동감 넘치는 신선한 앨범을 여전히 원하기도 한다. 레전드니까.
-수록곡-
01. Ironside (Feat. Talib Kweli) [추천]
02. Strawberry Letter 23 (Feat. Akon) [추천]
03. Soul Bossa Nostra (Feat. Ludacris, Naturally 7 And Rudy Currence)
04. Give Me The Night (Feat. Jamie Foxx) [추천]
05. Tomorrow (Feat. John Legend)
06. You Put A Move On My Heart (Feat. Jennifer Hudson) [추천]
07. Get The Funk Out Of My Face (Feat. Snoop Dogg)
08. Secret Garden (Feat. Usher, Robin Thicke, Tyrese Gibson, Ll Cool J, Tevin Campbell And Barry White)
09. Betcha Wouldn't Hurt Me (Feat. Mary J. Blige, Q-Tip And Alfredo Rodriguez)
10. Everything Must Change (Feat. Bebe Winans)
11. Many Rains Ago (Oluwa) (Feat. Wyclef Jean)
12. P.Y.T. (Pretty Young Thing) (Feat. T-Pain And Robin Thicke)
13. It's My Party (Feat. Amy Winehouse)
14. Hikky-Burr (Feat. Three 6 Mafia And David Banner)
15. Sanford And Son (Feat. T.I., B.O.B., Prince Charlez And Mohombi)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