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잠 또 침잠. 오랜 한숨을 거두고 겨우내 마이크로 가져간 그의 호흡은 예상대로 우울한 정서를 머금고 있다. 은유, 비유를 최대한 배제해 써내려간 노랫말이 자신에게 닥친 현실과 내면을 디테일하게 묘사하며 그룹을 벗어난 자신의 이야기를 읊어 내려갔다. 나얼의 보컬과 리얼 세션에 의한 어쿠스틱 사운드는 그저 부수적인 것일 뿐, 상황과 맞물려 어느 때보다 처절해 보이는 타블로의 래핑이 이 곡의 주인공이다.
집을 나서는 시기가 생각보다 이르다고 느낀 이들이 분명 있을 테지만, 에픽하이 시절부터 다작을 하면서도 모두 평균치를 상회했던 그의 음악적 감각은 컴백작에서도 여과 없이 발휘되며 그러한 걱정을 불식시킨다. 더욱이 극대화된 감정만큼은 ‘셋 보다는 하나’를 외치게 할 정도. 아픈 만큼 좋은 작품이 나온다는 아티스트들의 아이러니한 법칙을 대변하는 증거 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