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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ng In Secret
시크릿(Secret)
2011

by 황선업

2011.11.01

대기업의 틈바구니에서 약진한 영세기업의 선전 정도로 설명할 수 있을까. 뒤늦게 걸그룹 대세에 편승하며 나름의 지지층을 만들어낸 시크릿은 자본을 기반으로 한 거대 마케팅과 유명 뮤지션과의 작업 없이도 타깃 층의 설정과 차별화된 전략만 있다면 언제든 틈새시장의 공략이 가능함을 깨닫게 했다. 리얼 세션을 주무기로 한 빈티지 트랙 'Magic'과 'Madonna'를 통해 후크송 경쟁을 피했고, '별빛달빛'을 통해 모두가 즐길만한 '스탠더드 팝'을 내세움으로서 본인들의 보금자리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우리는 이를 확인했다.

이처럼 좁은 세대에서 집중적인 관심을 받기 보다는 '손오공이 원기옥을 모으듯' 넓은 층에게 조금씩 인기를 모으고자 하는 의도는 첫 정규작에도 여실히 드러난다. 타이틀인 '사랑은 Move'만 보더라도 작법은 전과 다르지만 노리는 것은 같다. 디스코 풍의 편곡에 경쾌한 피아노 터치가 단번에 인순이의 '밤이면 밤마다'를 떠오르게 한다는 점에서 이들의 방향성은 한 눈에 들어온다. '잘해잘해', '왔다갔다왔다갔다' 등의 프레이즈를 삽입함으로서 세미트로트와 같은 친숙함을 부여했다는 것도 키포인트다.

노래만으로 보면 독점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다는 점에서 여느 아이돌과의 경쟁에서도 그다지 밀리지 않는 듯하지만, 발목을 붙잡는 것은 허술한 이미지 메이킹이다. 노래를 만들기 시작할 때부터 패션이나 안무까지 함께 고려해 끊임없이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려는 것이 최근의 경향이자 이들의 숙명인데, 그 부분에 있어서 너무 소홀하다. 티저 영상 속의 그들은 전과 비교해 눈에 띄는 외양적 변화가 없는데다가, 그러한 스타일링이 다소 올드한 분위기의 신곡과 조화되지 못하고 이질감을 불러일으키는 탓이다. 뮤직비디오에서도 'Magic'이나 'Madonna'에서 보았던 세트들이 그대로 등장하는 등, 변신에 있어서 지지부진하다는 점은 어떻게 보면 수명을 깎아먹는 치명적인 문제이다.

전체적으로도 그다지 귀에 들어오는 곳은 많지 않다. 좀 더 '뽕필'을 강조한 미디움 템포의 '섹시하게'와 그래도 중간은 가는 발라드 '웃지 좀 마'를 지나면, 각 곡들의 자기복제가 이어지며 러닝타임을 지루하게 만든다. 특히 랩을 맡고 있는 멤버인 징거의 솔로곡 'Amazinger'는 90년대 초반의 낡은 사운드와 경력이 뒷받침되지 않은 스웨거(Swagger)로 인해 그저 자신의 만족을 위한 시도에 그치고 만다. 좀 더 도움을 받아 세련된 비트에 멋지게 몸을 실을 수도 있었을 텐데. 이 트랙을 접하는 것은 비단 팬뿐만이 아니라는 사실을 자각했어야 한다.

지금까지는 나름 선전해왔다. 문제는 그 성공에 너무 심취하고 있는 듯한 인상에서 비롯된다. 시디를 돌리면 돌릴수록 그저 '첫 정규앨범'이라는 기쁨에 취해 있을 뿐 어떤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지, 부족한 부분을 어떻게 메우려 했는지에 대한 노력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아무리 10여곡이 빼곡히 담긴 시디 한 장 내놓기가 어려운 요즘이라지만, 마치 그것이 가수생활의 목표인양 삼아서야 되겠는가. 자축세레모니를 하려면 본인들끼리 하자. 점차 스토리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이 필드에서 '성장'이라는 요소가 결여된 아이돌 앨범은 그저 빛을 잃은 화석일 뿐이다.

-수록곡-
1. 사랑은 Move [추천]
2. 섹시하게
3. 웃지 좀 마 [추천]
4. Movie star
5. Amazinger(Zinger Solo)
6. Together
7. 바래
8. Bastard
9. Neverland
10. 사랑은 Move(Instrumental)
황선업(sunup.and.down16@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