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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oness: Hidden Treasures
에이미 와인하우스(Amy Winehouse)
2011

by 임진모

2011.12.01

죽기 전 새 앨범 작업을 했다고 하지만 결코 완성된 것이 아니어서 이 신보는 3집이 아닌 제목(hidden)대로 미공개 작품집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실제로 < Frank > 앨범 이전에 녹음한 곡들과 < Back To Black >의 오리지널 데모 등이 콘텐츠의 주를 이룬다. 신곡은 레게리듬의 'Our day will come'과 'Between the cheats' 등 두곡이다.

하지만 음반 타이틀로 내건 비보(秘寶)나 보배를 뜻하는 어휘 'treasures'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숨은 보석'이란 표현은 의례적인 수사가 아니라 에이미 와인하우스 음악의 정체성, 그것도 포장되지 않은 날 것의 진정한 정체성을 담아냈다는 점에서 명실상부하다. 'Our day will come'과 'Between the cheats'부터가 신곡에 대한 학수고대와 갈증을 풀어줄 만큼 반갑다. 여기서 에이미는 빈티지 유행을 몰고 온 소울에다 재즈를 가미한 자신의 사운드브랜드를 재확인해주는 동시에 그녀의 절대 특장인 콘트랄토 보컬의 매혹을 유감없이 발휘한다.

묵직하면서도 비감(悲感)이 서려있는 그 '통 큰' 보컬은 캐럴 킹의 고전 'Will you still love me tomorrow'에서 절정의 미학을 선사한다. < Back To Black >의 흥행대박을 터뜨린 마크 론슨(Mark Ronson)이 프로듀스한 이 곡은 마크 론슨이 에이미 와인하우스의 무엇을 믿고 '빈티지' 드라이브를 걸었는지 그 이유를 설명해준다. 편곡도 발군이지만 인상적인 것은 에이미의 시원스런, 그러나 과거 분위기가 물씬한 보컬이다.

앨범의 조타수는 그러나 마크 론슨이 아니라 지난 2집에서 에이미와 더 많이 보조를 맞춘 살렘 레미(Salaam Remi)로 그는 에이미의 '재즈+소울'에 따른 복고풍 즉 빈티지 음악을 창조하되 보다 스타일 측면에서 밀착한 인물이다. 곡 전반에 청량감을 불어넣으며 대중적으로 승부수를 띄운 마크 론슨과는 약간의 차이를 보인다. 레미는 재즈성향이 더 강하고 느린 템포를 선호한다. 오리지널 레코딩인 'Tears dry'(< Back To Black >을 만들면서 제목에 'on their own'이 더 붙었다)과 'Wake up alone'이 생생히 증명한다.

'Tears dry'와 'Tears dry on their own' 가운데 어느 쪽을 좋아하든 에이미 와인하우스의 지향은 느리고도 더 소울풀한 'Tears dry' 쪽에 위치한 것은 분명하다. 'Wake up alone'도 마찬가지다. 비록 오리지널 데모이거나 미공개 트랙이라 할지라도 에이미 와인하우스의 진짜 음악세계를 굴착하는데 전혀 미흡함이 없는 앨범이라는 것이다.

안토니오 카를로스 조빔의 보사노바 클래식 'The girl from Ipanema'에서 에이미의 곡 해석력은 실로 놀랍다. 에이미의 아버지 미치 와인하우스가 “남은 가족들이 모여 이 앨범을 듣기 전까지 나는 그 아이가 갖고 있던 재즈에서부터 힙합까지의 폭넓은 재능에 충분히 감사하지 못했다”라고 감상을 밝혔다는 보도대로 장르를 불문한 '폭넓은' 재능을 실증해주는 곡이다. 할아버지 토니 베넷과 함께 한 본격 재즈인 'Body and soul'이나 나스(Nas)와 호흡을 고른 'Like smoke' 등등 그녀를 머뭇거리게 하는 장르는 없다.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곡은 2006년 밴드 주톤스(Zutons)가 발표한 파워팝 'Valerie'의 ('68 버전) 리메이크다. < Back To Black >의 보너스 CD에 수록된 것은 느린 것이지만 여기선 정말 1968년 모타운 작품처럼 생동감과 청량감이 덧붙여 처리되었다. 이 버전이 < Back To Black >에 들어갔다면 앨범과 더 어울림이 빚어졌을 것이다. 그만큼 에이미 와인하우스 상표 빈티지의 진수라 할 만한다.

미공개 트랙들의 모음이기 때문에 질서와 통일성을 구하기는 어려울지 몰라도 에이미 와인하우스를 아는 데는, 그의 새로운 곡을 들어보고 싶은 욕구를 다스리는 데는 조금의 손색이 없다. 완벽한 신보가 아님에도 숨길 수 없는 천재성이 전편을 수놓는다. 빈티지 무드 그리고 그의 별명이자 레이블 타이틀인 '암사자(Lioness)'와 같은 보컬 하나만으로 만족지수는 충분하다. 다 들으니 아쉬움이 더 깊어진다. 아쉬움과 그리움의 한숨이 한곡 한곡을 질펀하게 휘감는다.

-수록곡-
1. Our day will come [추천]
2. Between the cheats
3. Tears dry(Original version)
4. Will you still love me tomorrow?(2011) [추천]
5. Like smoke (Feat. Nas)
6. Valerie('68 Version) [추천]
7. The girl from Ipanema
8. Half time
9. Wake up alone(Original recording) [추천]
10. Best friends, right?
11. Body and soul(With Tony Bennett)
12. A song for you
임진모(jjinmoo@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