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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히칸과 맨발
제이통(J-Tong)
2012

by 홍혁의

2012.10.01

제이통은 부산의 아들임을 자처했다. 부산 진구를 '나와바리'로 삼고 돼지국밥을 예찬하며 롯데 자이언츠에 미쳐있는 전형적인 부산 사나이다. 이를 랩으로 풀은 첫 EP < 부산 >을 2011년에 공개하며 그는 과잉된 남성성에 뒤엉킨 부산 코드로써 주목을 이끄는데 성공했다. 자연스레 업적에 대한 의미가 부연되었다. '지역성'이라는 실체가 희미했던 한국 힙합 씬에 신선한 대안을 선사했음을 물론이고, 연성화 혹은 무력감이 만연하던 기류에 일갈을 가한 측면도 있었다.

그러던 차 1년이 조금 지나 정규 앨범의 타이틀을 걸고 나온 결과물이 < 모히칸과 맨발 >이다. 이번 앨범은 아티스트 개인에게 있어서 매우 신중하게 놓아야하는 '한 수'였다. 우선 강렬한 캐릭터로 조명을 받은 루키라면 다음 행보에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 시선과 관심이 예전 같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애초에 주목을 끌게 했던 파격과 신선함은 유통기한이 있기 마련이다.

눈앞에 놓인 사실만을 언급하자면 8곡의 수록곡(스킷 제외) 중에 두 곡, '구구가가'와 '개판'은 < 부산 >에 이미 수록된 바 있다. 충분히 나올 수 있는 식상한 반응에 대해 그는 기존 곡들을 몸집 있는 록 사운드로 재편해 방어진용을 꾸렸다. 올해 여름 지산 록페스티벌에서 로다운 30와 협연하는 등 일면 예견된 행보이기도 했다. 한 살을 더 먹은 새 버전은 원형을 재해석해서 도약했다. '구구가가'는 윤병주를 만나 싸이키델릭한 질감이 덧입혀진 반면, 세기말의 뉴 메탈을 연상시키는 '개판'은 온순해진 노브레인까지 광기를 되살리게 하며 정신줄을 놓기에 이른다.

이어서 에너지가 절정에 이르는 '사직동 찬가'까지 록과 힙합의 전략적 제휴는 사운드의 광폭함과 제이통의 아이덴티티와 단단한 결속력을 증명하기 때문에 강한 인상을 남길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이에 따른 그늘도 노출된다는 점이다. 신곡이라고 할 수 있는 '취해 부르는 노래', '혼란 속의 형제들', '모히칸과 맨발'은 별다른 매력을 발산하지 못하고 위축된 형세를 나타낸다. 즉 지속가능한 로드맵을 현재시제에서 찾지 못하고 과거시제의 변주로 갈음한 인상이 강하다. 시간이 지나 돌이켜봤을 때 정규앨범의 신곡들이 남긴 잔상이 (선정성으로 논란이 되었던) '찌찌뽕'의 뮤직비디오밖에 없게 된다면 여간 찝찝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제이통의 진군을 눈여겨봐야 하는 이유는 아직도 충분하다. 앞으로 '부산'의 아이덴티티를 어떤 방식으로 유지할 지에 대한 대처방식에 눈길이 쏠린다. 그의 여정 하나하나가 국내 힙합 씬의 중요한 실험이기 때문이다. 특유의 사운드와 스토리가 결합돼 지역 씬을 이뤘던 미국과는 달리, 제이통은 억센 억양과 부산하면 떠오르는 키워드로 지역색을 구축해나가는 중이다. 마침내는 그가 하기 나름이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식상하지 않은 '부산 사나이' 캐릭터를 대중이 꾸준히 소비하게 될 것인지 아니면 그 반대가 될 것인지, 두 길 밖에 보이지 않는다. 제이통이 부산을 버릴 일은 없기 때문이다.

-수록곡-
1. 깡패
2. 등장 (Interlude)
3. 찌찌뽕
4. 개판 (feat. No Brain) [추천]
5. 구구가가 (feat. Lowdown 30) [추천] 
6. 4번타자 이정훈 (Skit)
7. 사직동 찬가 [추천]
8. 취해 부르는 노래
9. 혼란속의 형제들 (feat. Simon Dominic, Beenzino, Zion. T)
10. 모히칸과 맨발
홍혁의(hyukeui1@nat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