탕아가 돌아왔다. 전작 < 모히칸과 맨발 >을 낸지 3년이 지났고, 제이통은 깊어졌다. 본질은 같겠으나, 이번 그림이 더 날카롭다. 사랑하는 부산을 연호하고 '개판' 치기보다, 업계의 부조리에 분노하고 신(scene)의 가짜들을 비웃는다. 록 스피릿에 불이 붙었다.
지폐가 중심이 된 대중음악계를 비판하며, 끝까지 저항하고 싸울 것을 다짐한다. 첫 트랙, 꾸짖을 '갈'(喝)에선 가래침마저 라임에 맞게 뱉는다. 비장하다. 이어서 '누군가의 가슴이 뛰길'은 더 큰 대상을 저격한다. '국기에 대한 맹세'까지 가져와 무게를 더했다. 주제가 분산된 듯 한 느낌도 없지 않지만, 하고 싶은 말은 하고 살 거라는 바람직한 아티스트의 자세를 보인다.
가사의 메타포도 놀랍다. '문신'을 성스러운 단어들에 빗댄 화로의 랩과 편곡마저 조선시대로 돌아간 '개량한복'이 대표적이다. 여전히 강경한 태도로 힙합을 대한다. 때문에 산이와 버벌진트는 종놈, 창놈이 되었고, 도끼와 더콰이엇은 돈에 눈이 먼 병신 새끼들이라니. 얄짤없다.
'귀촌'도 비슷한 맥락이다. 힙합 신에서 따라하고, 진실 되지 못한 래퍼들을 싸잡아 유배 보낸다. 흥미로운 점은 가리온의 멤버였던 JU가 비트를 찍었다는 부분이다. 결과는 들리는 바와 같이 완벽에 가깝다. 편곡이 예사롭지 않은 만큼, 깔창도 뒤지지 않는 래핑을 선사했다.
한 곡, 한 곡 좋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앨범을 꿰뚫는 제이통의 오리지널리티가 돋보인다. 독보적이다. 락 편곡에 랩을 얹은 형식은 많았으나, 레퍼런스 찾기는 어렵다. 스크래치와 드럼머신으로 재창조된 릭 루빈의 비트들보단 록 밴드(로다운30, 언체인드)의 라이브를 살렸고, 내지르는 림프 비즈킷의 프레드 더스트보단 진중하다. 고유의 색이 갈수록 확고해진다.
전체적으로 탄탄한데, 랩 분량이 적다는 결점에선 벗어날 수 없다. 10곡 중 3곡은 연주곡, 2곡은 후렴만, 1곡은 리메이크다. 훅만 맡은 '문신'과 '귀촌' 같은 경우는 결과물이 준수했으나, '찌찌뽕 (2015)'은 불필요했다. 감독한 인스트루멘탈 영상들도 전에 만든 '찌찌뽕', '사직동 찬가' 뮤직 비디오보다 감각이 떨어진다. 청취할 때 맥도 끊긴다. 대체 불능한 랩을 리메이크와 영상으로 대신하려했으니, 쉽게 가려지지 않는다.
어쩌면 꼰대 같은 앨범으로 비춰지기 십상이다. 참견하고 지적하고 이해 없는 냉소로 일관한다. 하지만 지금 이 바닥이 그럴만하다. 뒤죽박죽이다. 또 제이통은 뱉은 말에 맞게 실천한다. 음원 유통사에서 본인의 음악을 모두 내리고, 독자적인 사이트를 꾸려 자신이 책정한 가격에 노래를 팔고 있다. 랩과 더불어 행동 역시 전달력이 짱짱하다. 그의 똥고집과 자부심은 정의와 순진무구를 기반으로 하기에 고상하다. 앨범 타이틀로 이름을 걸만하다. 보란 듯, < 이정훈 >이다.
-수록곡-
1. 갈 [추천]
2. 누군가의 가슴이 뛰길
3. 눈
4. 문신 (Feat. 화로) [추천]
5. 호흡
6. 귀촌 (Feat. 깔창) [추천]
7. 개량한복 [추천]
8. 백양산
9. 찌찌뽕 (2015)
10. 27인의 해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