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 이미지
The Golden Age
술탄 오브 더 디스코(Sultan Of The Disco)
2013

by 이수호

2013.02.01

우리나라에서 디스코라 한다면 아무래도 펑키(funky)하고 그루비한 흑인 음악 그 자체에 앞서, 댄스플로어와 번쩍거리며 돌아가는 미러볼, 귀를 파고드는 신디사이저 음향을 떠올리는 것이 사실이다. 물론 장르의 특성 상 춤과 춤을 추는 특유의 방식을 빼놓을 수는 없다. 그러나 이러한 이미지들이 은근하게 고정관념처럼 맺어졌기에 음악도 또한 쿨 앤 더 갱(Kool And The Gang)이나 쉭(Chic)이 보여주었던 연주 중심의 음악보다는 비지스(Bee Gees)나 도나 섬머(Donna Summer)와 같이 디스코텍에서 들을 수 있었던 음악이 더 환영을 받았다.


그렇기에 국내 대중음악 신에서 디스코 음악을 한다는 것은 다소 어려운 일일 수밖에 없다. 음악에 대한 이해도도 편중되었을 뿐더러 유행 역시 크게 지났기 때문에 도외로 두는 경우가 많고 또한 장르 본류로의 접근이 아닌, 시도나 접목의 수준에서 대부분 한정된다. 술탄 오브 더 디스코 또한 표면적으로는 그렇게 보인다. 위용 있는 밴드 이름과 정직하게 꾸며놓아 우스꽝스러운 외모에 인디 신 최초의 립싱크 댄스 그룹이라는 컨셉까지, 진지함과는 분명 거리가 있다.


키치로 유명한 레이블 붕가붕가레코드 출신이라는 배경도 또한 이들의 첫 인상을 더욱 가볍게 만드는 요인이다. 그러나 음반을 열어보면, B급 영화 포스터를 연상시키는 앨범 커버 너머로 놀라운 사운드가 귀에 다가온다. 그루비하게 베이스를 몰고 가는 ‘요술왕자’나 펑크(funk) 리듬의 기타와 브라스 세션을 적절히 배치한 레트로 넘버 ‘캐러밴’은 실로 매력적이며 신디사이저 연주가 빛을 발하는 ‘오리엔탈 디스코 특급’과 편곡에서의 치밀함이 보이는 ‘의심스러워’는 앞서 언급한 두 곡과 함께하는 킬링 트랙들이다.


재미가 소구력을 선점했기에 의외성의 요소는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뜻밖이라는 수식어만으로는 작품을 평가하기 어렵다. 말 그대로 ‘잘 만든’ 앨범이기 때문이다. 특유의 리듬감이나 멜로디는 물론이고, 적재적소에 브라스 세션과 신디사이저 사운드를 더하는 구성과 편곡의 측면에서도 밴드는 소울과 펑크(funk), 디스코 음악에 대한 탁월한 소화력을 보여주고 있다. 여기에 리더 압둘라 나잠(나잠수)이 중심이 되어 녹여낸 동방취미(東方趣味)적 유머 코드가 웃음까지 더하니 음반에는 그야말로 즐길 만한 요소들이 한 가득이다


다만 가벼운 진정성에 발목을 잡힐 것으로 보인다. 장난이라는 인상이 강한 탓에 아무래도 겉핥기식의 흉내가 아니냐는 반응이 나올 수도 있겠다. 더불어 데뷔 6년 만의 첫 정규 앨범이라는 점 또한 흥미 위주의 단발성이라는 측면을 수면 위로 끌어올리니 앨범이 가지는 한계점은 명확하게 드러난다. 내실도 없이 웃음만 추구한다면 당연히 문제로 삼아야 한다. 그러나 실력도 웃음도 모두 보여줄 수 있다면 그만한 작품이 또 어디 있을까. 그 둘 사이에는 분명 균형점이 필요하다. 시너지 효과는 적정 비율에서만 발생한다는 사실, 간과해서는 안 될 부분이다.


-수록곡-

1. 요술왕자 [추천]

2. 캐러밴 [추천]

3. 오리엔탈 디스코 특급 [추천]

4. 의심스러워 [추천]

5. 압둘라의 여인 [추천]

6. 들러리

7. Shaking booty all night

8. 뚱딴지

9. 파워 오브 오일

10. 발걸음

11. 버터플라이

12. 캐러밴 (Radio Edit)

이수호(howard19@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