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헤드라이너 픽시스보다 더 많은 인파가 모였을 술탄 오브 더 디스코의 2026년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 공연. 재결성 소식에 중동식 두건을 두르고 찾아온 팬들과 드러머 김간지의 유튜브 < B주류초대석 > 출연 덕에 팀을 새로 접한 사람들로 일대는 인산인해였다. 무대가 막을 내리고 예고한 대로 약 일주일이 지나 밴드는 약속처럼 새 싱글을 발매했다. 아니, 사실은 반성문이다. 후회만 가득하다고, 나조차 내가 미워 죽겠다고.
흥겨운 리듬 기타가 4분 내내 흐르지만 감수성 자체는 < The Golden Age >의 익살스러움보다 '숱한 밤들'이나 '사라지는 꿈' 같은 발라드 넘버 쪽이다. 그럴 만도 하다. 애써 웃는 표정으로 몸을 흔든다 한들 세상에 찌든 어른은 이제 디스코가 풍부한 사막 대신 갑질, 뻘짓, 랜덤, 정병 같은 거리의 언어를 떠올릴 수밖에 없다. 흔히 '나 다시 돌아갈래'가 있어야 할 자리를 차지한 '난 돌아가지 않을 거야'는 그래서 더 슬프다. 잿빛 현실이 찬란한 옛 기억을 먹어 치워 온전한 귀향을 바랄 수도 없다는 이야기 같아서. 한낱 환상으로의 무책임한 도피라 할지라도 좋아, 지금은 일단 춤을 추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