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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범준 1집
장범준
2014

by 정유나

2014.08.01

장범준은 어느새 고유 브랜드가 되었다. 1989년생이지만 음색은 동아리방에서 두런두런 노래를 불러주듯 예스럽고, 외모는 동네 청년처럼 친근하다. 버스커 버스커의 음악은 향수를 자극하여 세대를 뛰어넘는 공감을 주었다.

밴드 활동을 중단한 뒤, 가정을 꾸려 한 아이의 아빠가 되었고 홀로 앨범을 냈다. 포크 팝을 내세웠던 이전과 달리 사운드 운용에서 록 트랙들이 많아졌다. 심심한 연주력을 보강하기 위해 몰아붙이는 편곡이 더해졌고, 따뜻함을 떼어낸 공격적인 보컬도 새로움의 증거다.

< 장범준 1집 >은 음악 동료들과 이전에 만들어놓은 곡을 프로듀싱하여 내놓은 작품이다. 서로 다른 이들이 쓴 곡이지만 이것이 '낙엽엔딩'인지 '사말로도'인지 구분해내는 것은 쉽지 않다. 그만큼 각 수록곡을 구별하는 핵심 멜로디도 줄고 장범준 특유의 가창은 그 선율을 무디게 만든다. 성격이 강한 목소리는 보컬과 어울리지 못한 노래를 만났을 때 도리어 몰입을 방해하는 부작용을 낳는다. 결국 장범준의 앨범은 '가수가 곡을 얼마나 잘 소화하느냐' 보다 '얼마나 보컬에 녹아드는 좋은 곡을 선택하느냐'가 중요히 작용한다.

바로 여기서 후자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버스커 버스커 때 좋은 곡을 선택하는 안목이 솔로 앨범에서는 갈피를 잡지 못하고 흐릿해졌다. 경쾌한 리듬 위에 좋은 가사, 젊은이의 매력도 증발했다. 과거의 곡과 견주기에 멜로디 파괴력도 모자란다. 시원하게 뻗는 보컬과 뒤를 받치는 기타의 조합이 어울리는 '신풍역 2번 출구 블루스', 다이내믹하게 몰아붙이는 '무서운 짝사랑' 등이 약간의 패기를 담고 있다. 한쪽은 신파로 다른 쪽은 방방 뛰는 곡으로, 음반의 전체적인 건조한 분위기 역시 낯설고 불편하다.

창작의 번뜩임도 흐릿해졌다. '벚꽃엔딩'처럼 하나의 장면을 그려지게 해준 것, 벚꽃이라는 단어에 감각적인 멜로디를 결합한 이 소중한 봄 노래는 지금까지 생명을 얻고 있다. '여수 밤바다', '꽃송이가' 등 그의 이전 앨범이 특별했던 이유는 모두가 저마다 간직하고 있던 밤바다와 꽃의 분위기를 노래와 함께 추억했기 때문이다. '주홍빛 거리'나 '낙엽엔딩'과 같이 장소를 담은 곡들이 있긴 하지만 상상력이 들어갈 공간은 좁아졌다.

방송 노출, 싱글 활동 없이 오로지 정규 앨범으로 승부를 보겠다는 태도는 그를 더욱 희소하게 만들고 있다. 다만 젊은 날을 감성적으로 담아냈던 그의 앨범은, 이제 저물어버린 자신의 청춘에게 보내는 아빠의 송가로 채워져있다. 노래 속 장범준은 나이가 든 것 같다. 그것도 아주 빨리.

- 수록곡 -
1. 어려운 여자 [추천]
2. 사랑이란 말이 어울리는 사람 (사말어사)
3. 주홍빛 거리
4. 선풍역 2번 출구 블루스
5. 무서운 짝사랑
6. 낙엽엔딩
7. 내 마음이 그대가 되어(내마그)
8. 사랑에 어떤 말로도(사말로도)
정유나(enter_cruise@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