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이도 제로의 축가가 탄생했다. 가창력의 문제로 이적의 '다행이다'가 부담스러웠다면, 앞으로는 이 곡을 선택해도 좋겠다. 보편은 공감을 얻는 데 가장 유리한 기술. 특수성을 완전히 배제한 결과로, 신곡은 극도의 대중성을 획득했다. "누구라도 그러하듯이" 살면서 이런 순간을 겪을 테니. 참 실용적이다.
그러나 곡의 접근성과 퀄리티는 별개다. 평범한 피아노와 평범한 기타, 꼭 그의 음악이 아니더라도 쉽게 접할 수 있는 악기의 쓰임에서는 어떠한 신선함도 찾아볼 수 없다. "그대", "사랑", "영원" 등의 단어를 남발하는 것 또한 장범준이라는 고유의 이름을 잊게 한다. 가장 특별한 순간에 이토록 평범한 선곡이라면, 다소 모순적이지 않을까. 곡 초반 저음부의 보컬은 불편하게 들리기까지 한다. 음역대의 문제다. 버스커버스커 1집의 반짝임을 기억하고 있다면, 무려 '장범준 2집의 선공개 싱글'로서는 아쉽다.
우리는 보통 '현실'이란 단어로 결혼을 수식하곤 한다. 이 곡 안에서 정말 많은 사람들이 현실의 '나'를 볼 수 있을 것이다. "설레임" 가득했던 시절을 뒤로 하고 "편안함"을 경험 중인 그에게서 충분히 기대할 법한 노래다. 다만 새 앨범이 공개됐을 때, 전작 대비 진일보한 무언가가 존재하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