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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범준 4집(찌질의 역사)
장범준
2025

by 박승민

2025.03.27

좋은 의미로도, 나쁜 의미로도 장범준답다. < 찌질의 역사 >와 협업해 회차에 맞추어 공개한 정규 4집은 드라마의 줄거리와도 맞닿는 청춘 서사, 즉 그가 이미 여러 차례 들려주었던 소재를 다룬다. ‘반짝반짝’처럼 극을 위해 만든 곡뿐만 아니라 ‘편의점 그녀’, ‘소년’ 등 전개와 긴밀히 연결되는 곡도 존재하지만 익숙한 내러티브를 풀어내기에 별도로 드라마를 감상하지 않아도 이해 가능하다. 6년의 공백기가 무색할 만큼 그대로인 모습이다.


보너스 격인 후반부를 제외한 신곡은 기존 작법을 충실히 따른다. 큰 틀을 동일하게 유지하되 근래 창법 변화와 더불어 키보드 비중을 늘리는 조정으로 달라진 결을 드러냈다. 어쿠스틱 기타 두 대로 시작해 점차 악기를 더하는 ‘소리 없는 비가 내린다’와 가성 위주 후렴구가 이색적인 ‘발라드가 취향이신가 봐요’ 모두 이러한 변주가 잘 맞아떨어진 트랙이다. 초기 3인조에서 최근 소공연의 풀 세션으로 바뀐 구성을 반영한 듯 막바지 솔로를 잇달아 삽입한 ‘반짝반짝’ 역시 전환된 흐름을 탄다.


허나 현재의 그를 만든 멜로디 메이킹과 기타 리프는 점점 힘을 잃어만 간다. 각각 전작의 ‘노래방에서‘와 '이밤'을 가져와 비교했을 때 두드러지는 약화는 과거의 편린으로도 막기 어렵게 되었다. < 슈퍼스타 K3 > 당시 경연곡 ‘I believe’의 인트로를 차용한 ‘핸드폰 속에’와 오랜 미공개 곡의 선율을 뒤엎은 ‘항준 선배랑 술 마시면서 한 이야기‘가 단적인 예다. 색채의 소폭 변경이 뚜렷한 강점을 만들지 못했기에 전날을 되돌아볼 수밖에 없는 것. 편안함이 자리 잡았으나 번뜩임과 신선함이 자취를 감췄다.


지금까지 그의 디스코그래피 속 세계는 영원히 20대로 남을 수 있는 네버랜드와 같았다. 그러나 클리셰는 달콤함 안에 독을 숨기기 마련이다. < 버스커 버스커 1집 > 이래로 13년간의 되풀이를 거쳐 서서히 옅어진 반짝임은 이 청춘 피터 팬에게 결단의 시간이 다가왔음을 알린다. 이제는 30대에 접어든 중년 장범준, 두 아이를 둔 아버지 장범준의 이야기가 듣고 싶다.


-수록곡-

1. 소리 없는 비가 내린다 [추천]

2. 발라드가 취향이신가 봐요 [추천]

3. 어버버버

4. 편의점 그녀

5. 반짝반짝 [추천]

6. 소년

7. 생각 밖에 못 하는 사람

8. 핸드폰 속에

9. 항준 선배랑 술 마시면서 한 이야기

10. 내 맘을 받아둬

11. 추적이는 여름비가 되어 (Remastered ver.)

12. 잠이 오질 않네요 (Acoustic ver.)

13. Silent rainfalls

14. Ballad seems to be your taste

15. Deli girl

16. Keep my heart

17. Shampoo

18. 누나

박승민(pvth05mi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