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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sten
쿡스(The Kooks)
2014

by 한동윤

2015.05.01

쿡스(The Kooks)의 2006년 데뷔 앨범 < Inside In/Inside Out >은 브릿팝, 얼터너티브 록, 포스트 펑크 등을 버무린 음악으로 음악팬들의 열띤 지지를 이끌어 냈다. 2011년에 낸 세 번째 앨범 < Junk Of The Heart >는 전작들에 비해 한결 순한 소리를 냈다. 빠르고 거친 노래가 별로 없었고 기타 톤마저 어쿠스틱 위주로 가벼웠다. 'Time above the earth'는 반주를 현악기로만 꾸며 체임버 팝의 모양을 냈다. 1, 2집과 달리 히트곡은 나오지 않았지만 표현의 폭을 더 넓힌 자리였다.

네 번째 앨범 < Listen > 역시 색다름에 대한 시도, 여러 장르에의 접근을 계속적으로 밝힌다. 리드 싱글 'Down'은 힙합 소울과 댄스 록의 퓨전으로 전반적인 리듬이나 분위기는 미스티칼(Mystikal)의 'Shake ya ass'를, 도입부는 카니예 웨스트(Kanye West)의 'Gold digger'를 떠올리게 한다. 록의 체취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소울과 힙합에 무게를 더 실은 편곡은 실로 파격이다. 예상치 못한 변신이긴 해도 노래의 맛을 살리는 루크 프리처드(Luke Pritchard)의 요염한 싱잉은 쿡스의 또 다른 비전을 생각하게 한다.

충격을 안길 변신은 더 마련돼 있다. 초반에는 평범하게 나아가다가 이내 오밀조밀한 리듬의 다이내믹한 펑크(funk) 록을 들려주는 'Forgive & forget', 두왑과 디스코, 펑크(funk)를 혼합해 경쾌함을 자아내는 'Sunrise', 컨트리와 블루스, 록의 형식을 한꺼번에 표출하는 'Bad habit'은 전에 볼 수 없었던 노래들이다. 피아노 리드로 내내 서정미를 분출하다가 중반을 넘어가며 합창단의 코러스로 가스펠로 변하는 'See me now'는 수록곡 중 가장 이채롭다. 데뷔 때부터 함께했던 프로듀서 토니 호퍼(Tony Hoffer) 대신 힙합 뮤지션 인플로(Inflo)를 감독으로 영입하면서 전과는 전혀 다른 스타일을 구축했다.

이번 앨범은 에너지를 회복한 공간이기도 하다. 밴드는 원년 멤버 폴 게어드와의 인연을 정리하고 2012년 알렉시스 누녜스(Alexis Nunez)를 새 드러머로 맞이했다. 이로써 힘 있는 드럼 연주가 가능해졌고 이에 따라 곡들의 기운도 강해졌다. 코러스가 장엄함을 일구는 'Around town'은 세기와 세밀함을 보유한 드럼 연주 덕에 더 멋스럽게 들리며, 'Down'에서는 여러 타악기를 사용함으로써 기술적으로 역동성을 살리고 있다. 활력과 흥겨움이 묻어나는 루크 프리처드의 보컬도 앨범을 싱싱하게 만드는 요소다. < Junk Of The Heart >와는 현저히 차이 나는 그림이다.

놀랍고도 재미있는 앨범이다. 2005년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음악적으로 절개가 없다"고 말할 정도로 데뷔 때부터 한 곳에 고여 있기를 거부해 온 이들이지만 이번에는 작정하고 변화에 열을 올렸다. 소울, 가스펠, 신스팝 등을 들이면서 대대적으로 쇄신했다. 노래들은 한층 댄서블해졌고 귀에 잘 익는 멜로디도 풍성해져 팝 록의 장점까지 겸비하게 됐다. 향후 다양하게 뻗어 나갈 유의미하고 튼실한 교두보를 < Listen >으로 마련한 셈이다. 다양성은 쿡스 최고의 매력으로 자리 잡고 있다.

-수록곡-
1. Around town [추천]
2. Forgive & forget
3. Westside
4. See me now [추천]
5. It was London
6. Bad Habit [추천]
7. Down [추천]
8. Dreams
9. Are we electric [추천]
10. Sunrise
11. Sweet emotion [추천]
한동윤(bionicsoul@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