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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Ballad Of Bowlin' Bowls
더 보울스(The Bowls)
2015

by 이수호

2015.11.01

먼저, 스타일링이 잘 이뤄졌다. 블루스, 사이키델릭 음악을 기초로 두고, 간결한 멜로디 라인과 스트레이트한 전개를 심어 접근성을 높인 뒤, 그 위에 공간감 그득한 사운드를 입혀 멋들어진 모양새를 갖췄다. 여기에 보컬과 리프가 평행하게 선율을 끌고 나가는 구성 방식이나 몽환의 영역으로 이끌어가는 기타 솔로, 저편에서 이따금 모습을 드러내는 그루비한 베이스 파트 등 흥미를 끌어 올릴 장치들도 곳곳에서 재미를 발산한다. 좋은 인상을 남기기에 충분한 콘셉트다. 의외의 강점은 멜로디 메이킹 역량에 자리해있다. 사운드의 컬러링, 모델링에 크게 초점을 맞춰 선율에서의 소구력을 종종 잃기도 하는 네오 사이키델리아 경향의 간헐적인 맹점을 밴드는 잘 메워낸다. 멤버들의 나이가 20대 초입을 막 지나갔다는 점, 그리고 아직은 경력이 그리 길지 않다는 점을 고려해보자. 위의 특성들은 뚝배기들의 재능이 결코 어중간한 수준에 있지 않음을 말한다.

네 곡 모두 준수하다. 경쾌한 분위기와 거친 록 기타가 공존하는 '90'부터 펑크(funk) 리듬으로 유인해 기타 솔로로 펀치를 날리는 'Bluming', 편안한 멜로디가 손을 내미는 '솔', 펑크적인 기질도 드러내는 'Lowlife'에 이르기까지 모든 결과물이 일정 수준 이상에 올라있다. 물론, 텍스트에 녹아있는 감성이나 'Lowlife'에서의 코러스 등에서 보이는 앳된 모습으로부터 어느 정도의 빈틈은 보인다 해도, 이 나이에만 가능한 표현들이라 생각해보면 이 또한 그리 나쁜 것만은 아니다. 결과물들을 간추리고 간추려 네 곡으로 압축시킨 EP 음반이기에 밴드에 대한 완전한 평가가 당장에는 어렵겠다. 그러나 이들이 좋은 출발을 했다는 점은 현시점에서 분명하게 말할 수 있다. 네 트랙으로 잠시 음미할 수 있었던 뚝배기 속 내용물의 맛이 어떻게 우러나올지에 향후 관건이 달려있다.

-수록곡-
1. 90 [추천]
2. Bluming
3. 솔 [추천]
4. Lowlife
이수호(howard19@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