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 이미지
Ritual (Feat. Wrabel)
마시멜로(Marshmello)
2016

by 정연경

2016.11.01

정체불명의 디제이 마시멜로가 드디어 정식 데뷔했다. 인형 탈을 쓴 신비주의 콘셉트는 궁금증을 자극하기 마련이다. 데드마우스와 다프트 펑크가 그러하듯, 마시멜로도 역시나 맨얼굴이 드러난 사진이 버젓이 돌아다니지만 모르는 척해주는 것이 씬의 암묵적인 룰이자 인지상정.


금방이라도 8비트(bit) 고전 게임의 배경음악으로 등장할 것만 같던 ‘Take it back’이나 ‘Want u 2’와 같은 트랙들을 통해 퓨처 베이스부터 퓨처 하우스, 트랩까지 그야말로 “핫”한 장르들을 한 장의 앨범으로 섭렵한 그가 웬일인지 자신의 이름처럼 말랑한 EDM 넘버를 발표했다. 시종일관 뿅뿅 거리던 신시사이저는 하이라이트에 시퀀스로만 사용해 그 볼륨을 확연히 줄였고, 트로피컬 하우스의 청량감과 라벨(Wrabel)의 보컬 피쳐링으로 대중을 의식한 사운드를 구축한다. 슬러시(Slushii)와 함께 주목받을 수 있었던 자신의 마니아적 색채를 중화했지만, 여전히 현재 유행하는 EDM 혹은 하우스보다는 무겁다. 스크릴렉스 산하의 레이블에서 메이저 데뷔를 준비하며 타협점을 찾기라도 한 모양새. 상당히 전략적인 곡이다.

정연경(digikid84@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