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소리와 기타뿐인 외관도 치열한 속내를 숨길 수는 없다. 그리 높지 않은 음역에서 그는 자신만의 폭발을 해낸다. 잔잔한 기타 워크와 두툼한 코러스 라인이 익숙하나, 안정성을 기반으로 했던 < 꽃갈피 >와는 분명 다른 계통에 있다. 이제는 그에게 창작하는 이미지가 대단히 새로울 일도 아닌데, “난 파도가 머물던 모래 위에 적힌 글씨처럼 / 그대가 멀리 사라져 버릴 것 같아”와 같은 멋진 비유를 만나면 전에 없이 감탄하게 된다. 이런 가사에 호흡과 음색 모두가 완전체인 보컬이 만났으니 그야말로 막강하다. ‘기타 치는 소녀’라는 말로 가벼이 치환하기엔 그 감성의 무게가 너무도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