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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ace Opera
로맨틱 펀치(Romantic Punch)
2017

by 박수진

2017.08.01

앨범의 얼개가 허술하다. 글램록의 선두주자로서 한 시대를 풍미한 데이비드 보위를 추모한다는 부제를 달고 있지만 어디에도 그 의미가 제대로 나타나지 않는다. 수록곡의 주제도 제각각이다. 한 곡은 화성을, 또 한 곡은 사랑을, 또 한 곡은 사회를 담은 노래는 서로간의 개연성이 없이 흘러간다. 뚜렷한 주제에 비해 내부 구성은 그 기력을 펼치지 못하고 있다.

정규 1집에서 멜로디컬한 하드록을 선보이고 2집에서 그 영역을 록발라드까지 넓혔다면 이 음반은 또 다른 의미에서의 확장 아니 이동이다. 그간 조금씩 넘보던 달콤한 팝 록의 경향이 이로써 명확해졌다. 타이틀 곡 ‘화성에서 만나요’가 이를 증명한다. 도입부의 무거운 기타 위로 흐르는 피아노 소리와 말랑거리는 멜로디. 이건 명백한 팝이고 또 변화다.

그렇다고 해서 로맨틱 펀치식 질주감이 아예 사라진 건 아니다. 뛰어난 기타 속주가 돋보이는 ‘코스믹 자이브’, 비슷한 분위기의 ‘판타지 익스프레스’가 기존 밴드의 색을 이어간다. 다만 문제는 유사성과 독창성. 수록곡을 잇달아 채운 두 곡은 비슷한 분위기의 엇비슷한 색으로 아쉬움을 남긴다. 곡에는 그간 유지해온 번뜩이는 가사의 재치도 단숨에 귀를 빼앗던 멜로디도 없다.

음반의 완성도는 밴드의 음악적 성향 변화와 별개다. 로맨틱펀치가 ‘펀치’에서 ‘로맨틱’으로 이동하는 그 과도기적 시기에 놓여있다 하더라도 이번 작품은 명백한 부실공사다. 구심력을 잃은 주제와 본연의 감각이 무뎌진 수록곡. 밴드만의 이미지가 희미해진 시점에서 새로운 수식어로 나아가는 그들의 길이 반갑지만은 않다.

-수록곡-
1. 화성에서 만나요
2.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
3. Zzz
4. 코스믹 자이브 [추천]
5. 판타지 익스프레스
6. 창백한 푸른 점
박수진(muzikism@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