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이어 동남아, 대만, 홍콩, 일본과 베트남까지 아시아 전역을 평정하며 국위선양(?)에 앞장서고 있는 베이비 복스가 6집 <Devotion>을 발표했다. NRG에 이어 선주문이 40만장이라 한다. 과도한 반응에 대한 겸손함인지 아니면 국제적 성원에 대한 차분한 보은인지 지난날의 화려했던 겉모습과는 달리 음반의 제목은 매우 정적이다. "본 앨범판매 수익금 중 일부는 대한적십자사 인도주의 활동기금으로 조성됩니다“라는 사랑스러운 메시지를 첨부한 다분히 헌신적인 음반이다.
어쨌든 헌신하여 채운 14개의 수록곡은 과거 다섯 장의 음반에서 나타나던 구성과 크게 다르지 않다. 타이틀 곡 '나 어떡해'를 포장한 유로팝의 새 기운 말고는 여전히 가뭄에 콩나는 몇 곡의 발라드와 비트 있는 단조의 댄스곡으로 채워 놓았으며, 초반의 서너 곡만 들어봐도 대강의 춤사위와 패션 스타일을 연상하기란 어렵지 않다. 초반부를 지나면 더 노골화하여 5번 '나를 잡아줘', 6번 'Loveless' 7번 '눈물'을 도토리 키재기 하는 베이비 복스표 삼종셋트로 묶어놓았다.
전례처럼 두 곡 이상 확실하게 터뜨려 적당히 활동한 후에, 그리고 적당히 휴머니티를 보여준 후에 헐레벌떡 비행기 타고 아시아 전역을 누비며 (그들이 밝히듯) 중국에서는 섹시미를 강조하고 동남아에서는 큐트 컨셉으로 이미지 메이킹을 할 것이 눈에 뻔히 보인다. 그들의 헌신이란 이런 것? 다를 것이 없는 빡빡한 스케줄의 가수를 여섯 번 기다려 주는 우리의 여유는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을까. 아시아의 너른 벌판에 우뚝 선 그녀들의 수명이 좀처럼 길어 보이진 않는다.
-수록곡-
1. 나 어떡해
2. 바램
3. 슬픈 기대
4. 상처
5. 사랑인가봐요
6. 나를 잡아줘
7. LOVELESS
8. 눈물
9. 거짓사랑
10. 버려진 이별
11. 마지막엔
12. A.S.A.P (AS SOON AS POSSIBLE)
13. 우연 (DEEP CLUB RE-MIX)
14. I`M STILL LOVING YO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