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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lkin’ Vol.2
피제이(Peejay)
2017

by 박수진

2017.09.01

프로듀서 피제이의 두 번째 정규 앨범이 증명하는 것은 그의 대중적인 멜로디 감과 작곡 센스다. 본인은 사운드 조합을 하고 목소리는 다른 뮤지션의 것을 얹는 전작과 같은 구성에서 이번 앨범의 가치를 높이는 건 멜로디다. 네오 소울의 뼈대에 좋은 선율을 덧대어 초반 기세를 몰고 전체적인 틀에 오점 하나 없이 일궈낸 사운드로 러닝타임을 채웠다. 여기에 적재적소에 배치한 제격인 목소리가 곡 단위의 특색을 매끄럽게 완성한다.

풀어내면 수록곡 ‘나비야 X ZION. T’는 자이언티가 아니면 낼 수 없는 맛이다. 독특한 발음과 리듬감의 절묘한 조합. 이는 빈지노가 부른 ‘I drive slow X Beenzino’를 자이언티가 불렀을 때 그 ‘맛’이 나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다. 빅뱅, 빈지노, 지코 등 많은 뮤지션의 다양한 곡을 쓴 그의 감각이 돋보이는 부분이다. 더하여 또 하나 만족스러운 지점은 그가 협업한 뮤지션과의 ‘힘겨루기’에서 승리했다는 점이다.

이를테면 첫 곡 ‘After summer day X 윤석철 & 정유종’에는 윤석철 트리오의 곡에서 많이 들리던 찡한 신시사이저 소리가, 쿠마파크의 곡에는 그들의 주 악기인 EWI(전자 관악기) 소리가 기를 펼친다. 타 뮤지션의 손길이 강하게 느껴져 자칫하면 음반 전체의 흐름을 망가뜨릴 수 있는 상황에서 중심을 잘 잡아냈다. 남의 무기를 꺼내 자기 생각대로 주물러 훌륭한 시너지를 뽑아낸 것이다. 많은 이의 힘을 빌렸으나 전체적인 호흡이 깔끔한 것도 그가 주도권을 놓치지 않았다는 증거다.

프로듀서가 아닌 뮤지션으로서의 작업물임을 천명하는 음반이다. 자신의 방향대로 여러 명의 목소리와 그들의 사운드를 이끌어 듣기 좋은 묶음으로 마무리했다. 함께 멜로디를 따라 부를 수 있는 ‘Stranger X Crush’, ‘와리가리 X 쿠시 & 태양’부터 흥겹게 감상할 수 있는 퓨전재즈 ‘Stay X Kumapark’까지 어느 것 하나 이질감이 없다. 영민하게 무게중심을 끌어 잘 다진 합(合)의 승리.

-수록곡-
1. After summer day X 윤석철 & 정유종
2. Stranger X Crush
3. 나비야 X ZION.T [추천]
4. 와리가리 X 쿠시 & 태양 [추천]
5. I drive slow X Beenzino [추천]
6. Stay X Kumapark
7. Say no X Masta Wu
8. Think about you X B-Free
9. Moonstruck X 김아일 & 오혁
10. Outro
박수진(muzikism@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