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등을 향한 우주선은 이미 발사되었다. 로직의 3집은 파괴된 지구를 떠나는 흑인과 백인, 두 명의 우주 비행사 이야기를 담은 2집 < The Incredible True Story >의 확장 버전이다. 궁극적 지향은 이번에도 인류의 파라다이스 찾기다. 관통하는 콘셉트가 있는 만큼 로직의 문제의식은 개개인의 소중함에서 마틴 루서 킹과 맬컴 엑스가 각자의 방식으로 주장했던 인간의 존엄으로 뻗어 나간다. 전작의 스토리텔링 소재는 확장되어 인물 간 대화인 스킷(Skit)으로 유기성을 갖추는 작업이 더 세밀하게 이뤄졌다.
로직의 특기는 통렬한 의미를 담은 개성 있는 가사와 빠르면서도 탄탄한 래핑이다. 초창기 믹스 테이프인 < Young Sinatra > 3부작에서 좋은 합을 보여준 프로듀서 식스(6ix)는 주로 피아노, 현악, 신시사이저 등의 서정적 선율을 기반으로 무겁지 않은 비트를 만든다. 노 아이디(No I.D.)가 진두지휘한 첫 정규 앨범과 재즈 힙합 색채가 묻어있던 2집 이후 식스와 로직이 프로듀싱한 결과물을 비교하면, 곡의 분위기나 선율이 풍성하고 선명하게 옮겨졌음을 알 수 있다. 이 과정에서 1집의 강렬한 인상은 줄었을지라도 로직의 강점은 약해지지 않았다.
3집의 서사를 이끄는 주연은 아톰(Atom)과 특정 종교의 신이 아닌, 모두의 신(God)이다. 로직은 이들을 통해 처음부터 끝까지 이야기를 명확히 그려낸다. 그러나 짜임새 있는 이러한 작사 실력과는 별개로 훅이나 플로(flow)의 아쉬움이 줄곧 있어왔다. 그는 변주의 수단으로 음악을 여러 각도에서 들려줄 다양한 사운드를 택한다. 리드미컬한 멜로디와 풍성한 코러스가 돋보이는 ‘Hallelujah’와 ‘Confess’, 다채로운 이력의 래퍼들과 함께 트럼프 정부를 비판한 ‘America’의 속도감 있는 비트 등이 변화를 말해준다.
전체적인 큰 숲보다도 그것을 구성하는 나무가 앨범의 완성도를 높인다. 경쾌한 피아노로 이뤄진 세련된 비트가 돋보이는 ‘Black spiderman’은 음반 내에서 돋보이는 한 그루이다. 혼혈인 그는 여기서 그저 한 명의 인간이 되고 싶어 한다. 스파이더맨을 흑인으로 표현한 건 마약 중독자인 흑인 아버지와 그의 피가 섞인 로직을 죽이려 했던 백인 어머니, 어느 곳에 속하지 못했음에도 긍정의 태도가 있었기에 가능한 결과다. 결말인 ‘AfricAryaN’에서는 그런 자신의 정체성과 싸우며 찾아낸 해답인 오직 자신만의 인생을 살라고 전한다.
이러한 메시지를 더 많은 이가 들을 수 있도록 돕는 건 단연 ‘1-800-273-8255’이다. 미국의 국립 자살 방지 라이프라인(NSPL)을 뜻하는 이 곡은 로직의 음악으로 삶이 바뀌었다는 팬의 말을 듣고 그가 사회에 좋은 영향을 주는 음악을 만들겠다고 다짐한 후에 나왔다. 로직은 죽음의 문턱까지 갔던 이들과 함께 올해의 MTV 비디오 뮤직 어워즈(VMAs)에서 “주류 미디어가 말하지 않는 정신적 고통, 차별, 폭력과 같은 이야기를 할 수 있어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후 퍼포먼스는 화제가 됐으며 용기를 내어 자살 상담 전화를 건 사람들도 많아졌다.
< Everybody >에는 우리 모두를 의미하는 아톰이 신과 나눈 13일간의 대화가 담겨있다. 아톰이 죽은 뒤 신을 만나게 되는 ‘Waiting room’에서는 사람 그 자체가 소중하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이는 음반을 관통하는 메시지이자 옳고 그름의 기준은 '왜 항상 누군가의 이성인가?'라는 물음과 연결된다. 자신의 정체성을 넘어 인류의 정체성까지 되짚어본 서사의 흐름을 매력적으로 풀어낸 로직. 빌보드 전체 앨범 차트 1위라는 기록 외에도 그를 주목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음악이 인간에게 줄 수 있는 소중한 선물 중 하나가 바로 여기에 있기 때문이다.
-수록곡-
1. Hallelujah [추천]
2. Everybody
3. Confess (Feat. Killer Mike) [추천]
4. Killing spree (Feat. Ansel Elgort)
5. Take it back
6. America (Feat. Black Thought, Big Lenbo, Chuck D & No I.D.) [추천]
7. Ink blot (Feat. Juicy J)
8. Mos definitely
9. Waiting room
10. 1-800-273-8255 (Feat. Alessia Cara & Khalid) [추천]
11. Anziety (Feat. Lucy Rose)
12. Black spiderman (Feat. Damian Lemar Hudson) [추천]
13. AfricAryaN (Feat. Neil deGrasse Tyson)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