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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iners apartment complex
라나 델 레이(Lana Del Rey)
2018

by 조해람

2018.09.01

황홀함을 주조해내는 감각이 역시 빼어나다. 무너질 듯 가련한 목소리와 비장한 선율의 사이에서 어떤 단단함을 꽃피운다. 가창과 독백 사이를 오가는 상승부도 인상적이다. 하나의 곡 단위에서, 그리고 곡의 각 순간에서, 라나 델 레이는 그렇게 불안과 격정을 한껏 밀어붙여 내면의 견고한 바닥에 안착시킨다. 젖은 나무 냄새 물씬 풍기는 악기들이 그를 감싸고 돌며 라나 델 레이 특유의 색채로 캔버스를 채우고, 퍼즈 톤의 기타가 화폭을 짧게 가로지르며 곡의 색감을 부드럽게 끌어올린다. 힙합과 접촉하며 나름 변화를 꾀했던 최근 작품들에서 다시 ‘본질적인’ 영역으로 돌아온 셈이다. 마침 계절도 가을이다.
조해람(chrbbg@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