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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xtape
까데호(Cadejo)
2018

by 김도헌

2018.10.01

찰기 있는 비트 위 에너지를 영근 멜로디가 호각을 이룬다. 섬세하면서도 에너지를 꾹꾹 눌러 담은 기타는 변주의 곡선과 정직한 직선 사이 아슬아슬한 줄타기로 다음 전개를 숨죽이며 기대하게 만든다. 세컨 세션과 그 사이드 프로젝트로 리드미컬한 연주를 선보인 이태훈의 솜씨다. 최규철의 드럼은 엄격한 힙합 비트를 연상케 하면서도 섬세한 터치와 강력한 압박을 오가며 균형을 잡는다. 한 땀 한 땀 베이스라인을 주조하는 김재호는 윈디 시티로부터 익힌 그루브의 지도를 펼친다.

3인조 밴드 까데호는 이처럼 간결한 구성으로 꽤 넓은 심상을 그려낼 줄 안다. 사운드 간 넉넉하게 공간을 두며 여유의 지대를 조성하는 ‘니가 보여’가 문을 열면, 귀에 쏙 들어오는 메인 기타 리프와 변칙적인 드럼 비트로 잔잔하게 그 빈 자리를 뿌옇게 채워나가는 ‘우정’이 묘한 일치감과 차별성을 만들어낸다. 동명의 재즈 스탠더드 고전 향취를 언뜻 보여주면서도 규칙적인 비트위 꿈틀거리는 기타 베이스 변주가 쾌감을 자아내는 ‘Autumn leaves’ 이후 제목 그대로 거칠고 더티한 변주로 이전 트랙의 감흥을 증폭하는 ‘Dirty beats’를 배치한 것도 좋다.

보컬 트랙 ‘니가보여’와 ‘Done gone’은 연주곡만한 쾌감을 들려주지 못하지만 그다음 ‘우정’과 ‘Orange sun’을 배치하며 차분하게 분위기를 정돈한다. 불협화음과 잘 짜인 메인 멜로디, 재즈적 터치가 더해진 타이틀 ‘Orange sun’은 소리 하나하나를 정교하게 다듬는 이 장인들의 너른 확장성을 약속하며 < Mixtape >을 닫는다. 반복되는 일상과 특별한 순간, 열정의 한바탕과 그 이후의 노곤함을 모두 어루만지는 트랙들은 돌려 들을수록 그 진가를 발휘한다. 완성된 소리만으로도 이렇듯 인상적인 작품이 빚어진다.

-수록곡-
1. 니가보여
2. 우정 [추천]
3. Autumn leaves
4. Dirty beats [추천]
5. Glue
6. Done gone
7. Orange sun [추천]
김도헌(zener1218@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