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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epticism
양다일
2019

by 이홍현

2019.05.01

그간 양다일 음악에 일등공신은 세련미였다. ‘홀로’와 ‘부담이 돼’로 유명한 작곡가 정키의 손길을 이어받아 젊은 세대의 감성을 맞춘 사운드 구성은 그를 차세대 발라더로 각인시켰다. 정갈하고 깔끔한 어쿠스틱 기타, 그 위로 읊조리는 부드러운 보컬은 대중이 반응하는 그의 매력 요소이며, 세 번째 미니앨범 < Skepticism >도 그런 작풍을 담았다.

간간이 밝은 곡이 끼어있던 정규작 < Inside >와 달리 이번 음반은 전체의 노랫말을 어둡게 채웠다. 미련 가득한 가사로 떠나간 이에 대한 그리움을 그린 ‘사람들은 모르죠’, ‘요즘 내 마음속엔 행복해질 틈이 없다’라며 연인과의 권태를 노래하는 ‘틈’처럼 앨범은 사랑의 아픈 감정을 끌어낸다. 여기에 덧댄 단출한 어쿠스틱 기타도 이 같은 음울한 감성을 한층 짙게 드러낸다.

다만 단순 레퍼런스로 설명될 수 없는 차용이 느껴진다. 1번 트랙 ‘틈’이 미국 신예 작곡가 핑크 스웨츠(Pink Sweat$)의 ‘Honesty'와 연결되는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엇비슷한 도입을 거쳐 중심 멜로디가 선명하게 일치하는 후렴은 이런 의혹을 확신으로 돌린다. 흡사한 분위기로도 해석될 수 없는 반복이기에 여지없이 큰 빈틈이다.

평범한 발라드 이상의 특징이 없는 것 역시 마찬가지다. 세션과 프로듀싱은 미끈하게 꾸몄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멜로디가 빈약하고 감성이 진부하다. 이전 히트곡 ‘고백’에서의 뚜렷한 분위기나 ‘미안해’만큼의 확실한 훅이 없다. 전형적인 정키의 작법을 따라 크게 성공한 그간의 싱글들과 달리 ‘이 밤’이 좀처럼 차트에서 힘을 못 쓰는 것은 바로 이러한 강점의 부재로 해석할 수 있다.

특색 없는 발라드 가수들의 가창에 비하면 양다일의 보컬은 출중하다. 말쑥한 목소리가 각 노래에 잘 스며들고 뛰어난 곡 소화력을 뽐낸다. 이젠 노래를 잘하는 가수 이상의 개성을 찾을 시간이다. 익숙한 발라드의 답습, 그 언저리의 반복에 묻혀 보컬 실력이 빛을 잃었다.

-수록곡-
1. 틈
2. 이 밤 [추천]
3. 사람들은 모르죠
4. 꿈
5. 이 밤 (Inst.)
이홍현(gg1368@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