랩 소절이 한차례 지나가면 초빙된 객원 보컬이 훅을 하는, 매드 클라운과 산이가 5년 전쯤 차트 겨냥을 위해 남용하던 이 패턴은 하이톤의 래핑과 보컬의 온도 부조화, 진부한 사랑 이야기, 그리고 단순한 전개 방식의 문제점을 갖고 있었다. 하이어뮤직 소속의 피에이치원(pH-1)의 ‘Nerdy love’는 이 포맷을 당당히 차용한다. 선배들이 극복하지 못한 부분을 본인의 장점으로 능숙히 해결하는 모습과 함께 말이다.
작정하고 승부처를 내건 곡이 아님에도 차트에 이름을 올린 힙합 노래 중 가장 트렌디하고 대중 친화적이다. 백예린의 훅과 어우러지는 부드러운 싱잉 랩이나 곡 전반에 묻어나는 긍정 분위기, 그리고 < HALO >의 ‘Like me'부터 꾸준히 밀어 온 신선한 ’너드미‘ 콘셉트가 그 이유다. 독자적 입지를 다지면서도 보기 드문 포용력으로 대중성 또한 자연스럽게 따라오게 만드니, 어쩌면 고착화된 힙합 신에 대중이 설 위치를 마련할 적임자가 드디어 등장한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