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아는 ‘팝재즈 싱어송라이터’ 타이틀에 걸맞게 앨범마다 재즈의 공통분모를 심어놓았다. < 캔디 피아니스트 > 역시 생동감 있게 살아 숨 쉬는 리듬의 변주, 음악 곳곳을 장악하는 재즈 선율로 연주적인 측면을 강조한다.
이제는 이러한 다채로운 ‘이진아식’ 음악의 형태가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재지(Jazzy)한 피아노 연주로 인트로를 시작해 화려한 리듬으로 버스(Verse)가 시작되면 후렴 뒤에 피아노 리프 혹은 솔로로 간주를 꾸민다. 이어서 다시 노래가 시작되었다가 솔로가 한 번 더 등장한다. 이러한 구성은 ‘계단’, ‘RANDOM’에 이어 ‘나를 막는 벽‘, ‘꿈같은 알람’, ‘여기저기 시끄럽게‘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특히 이번 음반은 수록곡 대부분이 펑키(Funky)한 느낌을 차용해 그 유사성이 가중된다.
자칫 자기 복제로 이어질 수 있는 지점이다. 하지만 재치 있는 멜로디와 노랫말로 차별점을 둔다. 오묘한 코드 진행과 차임벨 소리로 환상 동화 같은 인트로를 연출한 ‘나를 막는 벽‘은 ‘벽이 날 자꾸 가로막네’의 도약 높은 후렴구로 재미를 선사한다. ‘RANDOM’ 때 함께한 사이먼 페트렌(Simon Petrén)이 또 한 번 참여한 ‘꿈같은 알람‘은 간주 구간에서 스캣과 솔로가 동일하게 진행되는 유니즌(unison)으로 흘러가며 재즈 요소를 더한다. 마찬가지로 아기자기한 후렴구 멜로디와 기상 과정이 담긴 스토리텔링 형식의 노랫말이 대중성을 부여한다.
안테나의 수장 토이가 참여한 ‘여기저기 시끄럽게‘는 뮤지션으로서의 고민을 익살스럽게 녹여냈다. 특히 스트링 편곡이 눈에 띈다. 보통 스트링은 대중가요에서 뒷받침해주는 역할을 하는데, 이 곡은 피아노에서 사용되는 재지한 선율을 스트링에 적용하며 재미 요소를 더한다. 피아노 솔로와 유니즌으로 움직이는 형태 또한 일반적이지 않아 흥미로운 요소.
앨범은 화려한 편곡과 다채로운 멜로디로 아슬아슬하게 한계점을 비껴갔다. 다만 여전히 수록곡 간의 유사성을 배제하긴 어렵다. 단순히 장르적 요소를 더하는 것만이 아니라 재즈를 주축 삼아 대중성 있는 음악을 선사하는 것은 강점이지만, 반복되는 문법이 쉽게 눈에 띄는 것은 해결해야 할 부분이다. < 캔디 피아니스트 >는 뛰어난 역량과 색깔이 오히려 한계점으로 남을지, 혹은 그 색깔이 더 다채로워질지 그 갈림길에 서 있는 앨범이다.
-수록곡-
1. 캔디 피아니스트
2. 나를 막는 벽 [추천]
3. 꿈같은 알람 [추천]
4. 여기저기 시끄럽게 (Feat. 토이) [추천]
5. 먼지
6. Awake (Feat. Sam 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