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년간 빌보드 라틴 차트를 호령해온 배드 버니는 베니토 안토니오 마르티네스 오카시오라는 긴 본명의 푸에르토리코 출신 래퍼다. 제이 발빈, 대디 양키와 함께 21세기 라틴 음악의 대세인 레게톤의 대표 뮤지션이지만 알앤비, 인디 록 등 관심사가 넓다. 스페인어로만 된 앨범으론 최초로 빌보드 앨범차트 1위를 차지했던 전작 < El Ultimo Tour Del Mundo >(마지막 월드 투어)에 이어 신작 ‘네가 없는 여름'이란 뜻의 < Un Verano Sin Ti >도 정상에 올라 파급력을 공인했다.
23개의 트랙은 카리브 제도의 음악 스타일을 흡수했다. 1970년대에 활약했던 푸에르토리코의 살사 뮤지션 헥터 라보에를 우상이라고 밝힌 이 젊은 뮤지션은 도미니카 공화국의 전통 음악 바차타, 쿠바의 댄스 음악 맘보를 현대화했다. 토니 디즈, 제이 코르테즈 등 피처링 뮤지션도 전부 스페인어권 뮤지션들로 꾸렸다. 자문화로 성공할 수 있다는 믿음이다.
레게톤과 라틴 트랩에 몇 가지 실험을 더했고 자메이카 뮤지션 샤바 랭크스의 동명의 곡에 기원을 둔 둔탁한 뎀보우(Dembow) 리듬이 주를 이뤘다. 여름을 겨냥한 파티 트랙 ‘Moscow mule’과 반복적 구성의 라틴 힙합 ‘Tití me preguntó’(티티가 내게 물었다)처럼 전형적인 곡들 사이로 기타 중심의 인디 팝 ‘Otro atardecer’(다른 일몰)’과 ‘Yo no soy celoso’(나는 질투하지 않아)가 개성적이다. 개별 곡의 소구력보다 스타일의 다양성에 방점을 뒀다.
유쾌한 사운드 이면에 주제 의식이 웅크렸다. 푸에르토리코의 자연환경을 예찬하는 ‘Me fui de vacaciones’(나는 휴가를 떠났다)과 자주권을 강조하는 ‘El apagón’(블랙아웃)의 언어는 직선적이고 단순하다. ‘Andrea’는 여성 화자를 내세워 폭력의 심각성을 고찰한다. 흥겨움과 진중함의 교차가 집중력을 유지한다.
일견 진지함과는 멀어보이는 배드 버니는 아티스트의 자의식이 강하다. 음악으로 자문화를 알린다는 방향성은 명확하다. 라틴 음악을 아우르는 사운드스케이프를 구현했고 노랫말엔 쾌활한 카리브해의 이미지와 어두운 사회상이 공존한다. 프로레슬링을 좋아하는 요란한 패션의 청년은 < Un Verano Sin Ti >로 속도 알찬 뮤지션임을 입증했다.
-수록곡-
1. Moscow mule
2. Después de la playa [추천]
3. Me porto bonito (With Chencho Corleone)
4. Tití me preguntó
5. Un ratito
6. Yo no soy celoso [추천]
7. Tarot (With Jhay Cortez)
8. Neverita
9. La corriente (With Tony Dize)
10. Efecto
11. Party (With Rauw Alejandro)
12. Aguacero
13. Enséñame a baila
14. Ojitos lindos (With Bomba Estéreo)
15. Dos mil 16
16. El apagón
17. Otro atardecer (With The Marias) [추천]
18. Un coco
19. Andrea (With Buscabulla) [추천]
20. Me fui de vacaciones
21. Un verano sin ti
22. Agosto
23. Callaít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