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 나스 엑스가 걸어온 길 뒤로 그가 무너뜨린 기존 틀의 잔해가 가득하다. 틱톡이란 시대의 기류를 타고 차트 최정상을 오랜 시간 점령한 ‘Old town road’는 현세대의 바뀐 청취법을 입증할 주요 지표가 되었고 커밍아웃 이후 발매한 ‘Montero (Call me by your name)’ 역시 집중되는 시선에 숨지 않고 당당하게 마주 선 세련된 저항이다.
영보이 네버 브로크 어게인과 함께 한 싱글 ‘Late to da party (F*ck BET)’는 거친 행보의 연장선이다. 가사에서도 밝혔듯 전작 < Montero >의 수록된 세 개의 곡이 빌보드 싱글 차트 10위 안에 들어갔지만, 2년 연속 후보 지명조차 하지 않는 BET (블랙 엔터테인먼트 텔레비전 네트워크)에 대한 직접적 도발이다. 앨범 아트 속 변기에 담긴 트로피와 어설프게 합성한 영상으로 시상식 무대에서 공연하는 뮤직비디오의 모습 등 전체적인 요소가 비꼬기다.
원인을 흑인 사회의 동성애 혐오에서 찾으며 발표한 곡은 무거운 주제와 다르게 시종일관 경쾌하다. 미니멀한 트랩 비트에 포인트가 되는 악기 소스 위 얹어지는 중독성 있는 후렴구 또한 이제는 릴 나스 엑스의 성공 공식이라 봐도 무방한 정도. 분명 가볍게 즐길 수 있는 트랙이지만 그의 음악엔 여전히 본질적 평가와 상관없는 포장을 위한 논란의 꼬리표가 더 길게 늘어선다. 잠깐 소비될 일회성 콘텐츠가 아닌, 간직한 메시지를 뒤받칠 중심이 필요한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