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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te me
엔하이픈(ENHYPEN)
2023

by 이홍현

2023.06.01

운명의 경계에 선 ‘Given-taken’, 새로운 세계를 마주한 ‘Drunk-dazed’, 혼란에 맞선 ‘Tamed-dashed’, 자신만의 길을 다짐한 ‘Blessed-cursed’, 미래 세대로의 연결을 노래한 ‘Future perfect’까지. 엔하이픈은 데뷔 후 짧은 기간 안에 케이팝 아이돌이 느끼는 영광과 혼란을 옹골지게 이야기하며 서사를 그려왔다. 다소 빠르게 소모된 감도 있지만 이들의 방대한 세계관은 여전히 지속 가능성을 품고 있다. ‘잊고 있던 운명의 상대를 재회한다'는 새로운 콘셉트의 ‘Bite me’는 기존 곡과 달리 직접적으로 상대에게 애정을 손짓하는 ‘구애’의 노래다.


특장점이었던 자극적이고 세찬 비트, 도발적인 일렉트릭 기타, 자신만만한 노랫말 대신 미니멀한 비트와 다소 무미건조한 멜로디를 내세운 ‘Bite me’는 그간 내놓은 그룹의 타이틀 중 가장 평범하다. 단순 감상용 사랑 노래라면 감각적인 어쿠스틱 팝 ‘몰랐어’나 쉬운 멜로디로 대중적이었던 ‘Polaroid love’처럼 전작에서도 선택지가 많고, 팀의 뱀파이어 세계관을 이해하지 않는다면 가사가 전하는 메시지도 밋밋하게 다가올 공산이 크다. 그간 그들이 두르고 있던 음악적 외피가 확고하고 개성 있었다는 사실을 새삼 일깨워 주는 곡. 몰아치던 에너지를 한풀 줄여 팀을 서사의 다음 장으로 연결하는 중간 다리 같은 싱글이다.

이홍현(gg1368@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