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doubt’는 ‘블러드’와 ‘로맨스’ 시리즈 사이를 잇는 마지막 퍼즐 조각 같은 곡이다. 전자적 요소를 제외하고 전부 덜어내 간결함을 살린 ‘XO (only if you say yes)’, 그리고 지난 ‘Sweet venom’을 계승하듯 선명한 박자감으로 그루브를 주조한 ‘Brought the heat back’의 서로 다른 성질을 고루 섞었다. 리패키지의 흥미로운 용례로 볼 수 있다. 급격한 작법 변화를 통해 새로운 장에 돌입했음을 먼저 인식하게 만든 다음 비워진 블록을 채움으로써 반전과 개연성을 동시에 노린 셈이다.
하나 아이디어가 퇴색되는 지점이 분명하다. 과도한 비율을 차지하는 날카로운 오토튠은 피로감을 주고, 반대로 808 베이스 기반의 코러스는 굵직한 변주 없이 일변도적인 구성만을 반복하기에 밋밋함이 앞선다. 재료의 문제로는 보이지 않는다. 직전 활동곡 역시 오토튠 기반의 일렉트릭 팝이지만 파트별 농도를 조절하고 몽롱한 분위기를 결합해 독특한 조합을 꾸려냈기 때문. 비교적 깔끔함은 웃돌지 몰라도 새로운 챕터의 기반을 정립하기에는 위력이 부족하다. 시간에 쫓겨 급하게 상자를 열어버린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