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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nife
엔하이픈(ENHYPEN)
2026

by 한성현

2026.01.27

플레이보이 카티와 트래비스 스캇으로 대변되는 레이지와 트랩 힙합 차용이 K팝에서 무르익었음을 실감하게 되는 곡이다. 당장 작년 여름 과한 레퍼런스 의혹을 자체 프로듀싱이라는 미명으로 호기롭게 타개했던 코르티스가 있었고 연말에는 복고 노선을 달리던 라이즈도 ‘Fame’으로 이 흐름에 동참한 바 있다. 늘 몇 달 치 계획을 세우는 K팝 산업의 특성을 고려하면 조금은 넘겨짚기인가도 싶지만, 일단은 급하게 시류에 편승했다는 의구심을 떨쳐낼 수가 없다.


그도 그럴 것이, 최근의 여러 추세와 비교하면 노래가 주는 매력이 턱없이 약하다. 자극에만 힘이 실린 비트, 음색에 맞지 않고 겉도는 보컬 이펙트, 찰리 XCX의 ‘Sympathy is a knife’ 리믹스에 감명을 많이 받았나 싶은 훅 모두 하나의 공격점을 노리는 대신 서로 다른 방향으로 엇나간다. 아무리 새로운 시도가 좋다 한들 승부를 보기에는 너무 뻔한 패를 쥐었다. 변신의 개연성도, 음악 자체의 소구력도 분명하지 않은 뭉툭한 칼날이 적을 향한 비수가 아니라 자충수를 꽂는다.

한성현(hansh9906@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