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극적인 장르 개척자 키드밀리의 부지런한 연구 결과다. 늘 새로운 영역에 호기심을 보이며 다작에 힘써온 그가 이번에는 싱잉 랩과 가창에 접근했다. 최신 유행 장르 레이지(Rage) 이식까지 성공한 < Beige >의 흐름과는 사뭇 다른 모습, 벨소리에서 심상을 딴 신곡 ‘Rrr..’에 < 쇼미더머니 11 >에서 눈도장을 찍은 신예 래퍼 샤이보이토비를 초청해 각자 일상을 가볍게 묘사한다.

여러 요소를 가미해 청취 부담을 줄인 최근 랩 송의 전형을 따른다. 음절을 의도적으로 뭉개고 목소리의 톤을 흐릿하게 편집해 부드럽고 시니컬한 분위기 형성에는 성공한다. 다만 전체적인 흐름 탓일까, 가성 창법 등 새로운 시도에 집중한 탓일까. 정상급 테크니션으로서 키드밀리는 그 형체만 아른거리고, 청명하게 환기하는 역할을 맡은 피쳐링도 후반부로 갈수록 묽다. 적합한 이론대로 수행한 실험, 생산한 물질의 순도는 그다지 높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