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이지 제멋대로다. 2018년 결성, 첫 믹스테이프 이후 여러 싱글과 일부 멤버 변동을 거쳐 현재 11명으로 활동 중인 크루의 첫 정규 앨범은 그 어떤 시선도 의식하지 않고 자기 할 말을 늘어놓기 열심이다. K팝이 서구 시장의 일원으로 포섭된 지금, ‘얼터너티브 K팝’을 표방하는 바밍타이거의 < January Never Dies >는 2020년대 한국 대중음악과 인디 시장, DIY 문화를 아우르며 ‘대안’이기에 가장 ‘K’스러운 길을 보여준다.
앨범은 여러 방향으로 펼쳐진다. 1분이 채 되기도 전에 역재생 효과와 난해한 재즈 화음, 난폭한 퍼커션을 아무렇지 않게 접붙이는 첫 트랙 ‘BTB’는 전체적인 성향을 압축 표현하는 트랙이다. 동양적인 음정 진행으로 취기 가득한 술자리를 묘사하는 ‘Kamehameha’, 아련한 어쿠스틱 기타 연주와 위에 얹어진 세계 시민 연설을 드럼 앤 베이스로 덮어버리는 ‘5:5 Dharma’ 등 성향이 판이한 음악이 대수롭지 않게 하나로 묶여 있다. 러닝타임 내내 다이나믹의 연속이다.
제각각 따로 노는 곡이 하나로 정돈되는 것은 역설적으로 이 ‘대수롭지 않게’가 지닌 결속력 덕분이다. 핵심은 온갖 단어를 투척하며 막무가내로 ‘섹시’를 들이미는 ‘섹시느낌’의 태도에 있다. 사운드 못지않게 다양한 메시지를 시종일관 훌훌 털어내는 멤버들의 공통된 화법은 현란하게 경로를 뒤트는 끝에 무념무상의 상태로 우리를 이끈다. 말초적 즐거움 옆에서 의미 독해는 거들 뿐. 코로나19가 촉발한 신체적 감각 및 쾌락주의의 강조와 부분 일치한다.
팬데믹 이후 이성에 대한 반기로서 서구가 내놓은 찬란한 1980년대 디스코와 신스팝을 K팝이 빠르게 받아들였다면 < January Never Dies >는 그 개념을 다분히 한국식으로 풀어낸다. ‘Shake your buri’라며 2000년대 힙합의 신나는 바이브를 일부 재현하는 ‘Buriburi’, 일상적 언어로 중독적인 음주 문화를 그리는 ‘Moving forward’의 뿌리는 굉장히 토종적이다. < 드래곤볼 >의 기술 이름을 차용한 ‘Kamehameha’, 러-우 전쟁에 대한 경각심과 동명 국내 FPS 게임의 쾌감이 공존하는 ‘Sudden attack’, 그리고 대여점에 꽂힌 일본 만화책 표지를 닮은 아트워크는 서구의 맛을 쫙 뺀 재래식 Y2K를 선사하기도 한다. 뻔한 키워드에 익숙한 묘사를 섞어 신선함을 만들어냈다.
해외 각종 매체에서 바밍타이거를 주목한 이유도 이와 일맥상통할 것이다. 이들에게서는 정치적 올바름의 물결을 타고 주류 문화로 편입되려는 욕구 대신 철저히 로컬 콘텐츠로서 각광을 받은 < 기생충 >, < 오징어게임 >과 같은 패기만이 가득하다. 그 결과 영미권 트렌드를 휩쓸었던 펑크의 존재감과 높은 비중의 영어 가사에도 바밍타이거의 음악은 굉장히 한국적으로 들린다. 모두가 ‘팝’으로 ‘K’를 정의하려 할 때, 역으로 ‘K’가 ‘팝’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당당한 발상 전환이다. 갖지 못한 것에 대한 강박을 버리고 주변에 쌓인 유산을 주목해야 하는 시점, 바밍타이거라는 ‘대안’이 K컬쳐의 새 비전을 가리키고 있다.
-수록곡-
1. BTB
2. Buriburi [추천]
3. Pigeon and plastic
4. Bodycoke
5. Kamehameha [추천]
6. 5:5 Dharma (feat. Cherry Jang)
7. Sudden attack [추천]
8. Sexy nukim (feat. RM of BTS) [추천]
9. Trust yourself [추천]
10. Riot
11. Up! [추천]
12. Moving forward
13. Scumbag
14. SOS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