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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eatest Hits
바밍타이거(Balming Tiger)
2024

by 정기엽

2024.12.04

바밍타이거의 장점은 비범한 예술인들이 쉽게 풀어낸 음악에 있다. 모르더라도 즐길 수 있고, 알면 더 즐기기 좋은 퍼포먼스의 질은 국내외 페스티벌에서 드러나는 존재감이 증명한다. 이번 앨범도 지난 음반과 궤도가 같다. 차이가 있다면 보다 간소화한 리듬으로 구성이 단순해지며 무게감이 덜어졌다는 점. < January Never Dies >가 배를 불리는 맥주라면, < Greatest Hits >는 알콜의 함량은 같지만 열량을 던 로우칼로리 맥주다.


얼큰하게 취하는 멜로디 아래 본인들이 지칭한 ‘얼터너티브 K팝’의 논조를 그대로 잇는다. 여타 K팝이 10대부터 20대가 주 타깃이라면, 이들이 지향하는 팝은 20대부터 30대를 중심에 둔다. 콘셉트가 확실한 노래 속에 긍정적인 의미를 담은 가사는 4세대 K팝의 ‘자존감 올리는’ 주 소재와 일맥상통한다. 가벼운 안무를 대동한 채 관객을 고려해 곡마다 구호를 두며 의미 있는 공백을 만든 건 덤이다.


특히 낙관적 에너지가 넘쳐 흐르는 ‘Spirit chaebol’, 이전 타이틀 ‘Buri buri’를 정신적으로 계승한 ‘Big butt’, 듣는 사람을 응원하는 찬가 ‘Forever’는 의미와 재미라는 두 미(美)를 모두 잡았다. 청중이 참여할 지점을 두었다는 것이 이 세 곡이 지닌 가장 큰 강점이다. 전위적인 음악과 대중음악의 큰 차이는 바로 얼만큼 따라하기 쉬운가에 달렸다. 그 대목을 잘 이해한 바밍타이거는 곡마다 찬트(Chant)가 가미될 포인트를 할당하며 재치있는 자기암시를 실현한다.


관중이 따라하기는 쉽지만 뮤지션들이 복사하긴 쉽지 않은 음악색을 개개인의 특징을 조합해 만든다. 원진과 소금의 다양한 음역의 보컬, 머드 더 스튜던트와 오메가 사피엔의 랩은 독특하고 풍요롭게 귀를 채운다. 언싱커블, 산얀 등 프로듀싱을 맡은 일원들도 창의적인 사운드를 만드는 데 일조하며 1인분 이상의 밥상을 차린다. 각자의 지문을 잔뜩 묻혀도 결이 같으니 난잡하지 않게 한 곳에 뭉친다.


앨범 아트부터 제목까지, 농담 같지만 결코 만만하지 않다. 베스트 앨범을 차용한 콘셉트처럼 밀도 높은 음반보다 좋은 싱글 다섯 곡을 수록하며 넘치는 개성을 드러낸다. 어느샌가 각자의 솔로 활동보다 팀 컬러를 내뿜는 데 집중하는 행보가 증명하듯, 자아가 확고한 멤버들의 응집력 또한 높아졌다. 전혀 다른 목소리들로 외치는 하나의 외침. 다양성을 깃대 위로 올려 대중성과 예술성을 다시 한 번 다잡았다.


-수록곡-

1. Big butt [추천]

2. Cunning city

3. Spirit chaebol [추천]

4. Hi-lo

5. Forever [추천]

정기엽(gy247@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