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로 아티스트로서 'Hush rush'의 미미한 대중 반응을 딛고 이채연이 반등할 수 있던 것은 댄스 챌린지 덕분이었다. 누구나 따라 할 수 있는 쉬운 동작이 아니라 본인만이 수행할 수 있는 고난이도의 안무로 밈의 전파력을 반대로 이용한 'Knock'의 성과는 그의 음악에 명확한 방향성을 실어줬다. 최대한 멋진 퍼포먼스를 구현할 수 있게 판을 짜놓는 것이 모토다.
2023년 'Let's dance'가 트로피컬 리듬의 2010년대 EDM을 표방했다면 'Don't'는 시대를 10~20년 정도 더 돌렸다. 콘셉트 면에서는 이효리의 'Any motion'으로 시작해 최근 나연의 'ABCD'에서도 엿볼 수 있는 2000년대 끈적한 무드를 표방했고 장르적으로는 UK 개러지를 따왔다. 차분히 발만 까딱거리기 좋은 비트를 댄서블하게 달구는 설계 방식은 K팝 내에서 이채연이라 선택 가능한 방법론이지만 재생하자마자 비슷한 곡을 찾다가 결국 자자의 '버스 안에서'를 검색하게 만드는 후렴은 매끄러운 감상을 저해한다. 재해석과 기시감 간 균형 설정이 아쉬운 싱글.